롯데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에 그룹 운명 기로에
정치권, 정부, 소비자 파상 공세…향후 사업 줄줄이 차질
자칫 재계 전체로 불똥 우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후폭풍이 거세다. 부자ㆍ형제간 경영권 다툼에서 시작된 이전투구는 그룹의 위기를 몰고 왔다. 복잡한 지배구조에 재벌 전체 개혁론이 이슈로 떠올랐고 정치권은 연일 공세를 퍼부으며 롯데가 경영권 분쟁을 배신 행위라고 규정짓고 있다. 여기에 불매운동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롯데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 사태가 이미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의 손을 떠났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정치권까지 나선 이상 롯데의 후계분쟁은 롯데가 앞으로 진행하게 될 사업에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6일 오전 당정 회의를 열어 재벌 지배구조 개선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정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당국자들을 불러 롯데 사태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일부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정은 또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 유통 계열사들의 문제로 지목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에 대한 제도적 규제 방향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연일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질타하고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 사태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롯데는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 기업이지만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도 롯데를 정조준하고 있다. 국세청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은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만 90%에 가까운 물량을 수주하는 광고 계열사다. 통상적인 조사라고 하지만 시기적인 점을 볼 때 자칫 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탈세조사로 확대될 조짐마저 제기된다.
검찰도 롯데쇼핑과 롯데마트 등을 상대로 진행해온 자금수사에 이어 롯데그룹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경영권 분쟁을 넘어선 이후에도 검찰 국세청 등 사정당국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불매운동도 부담스럽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롯데 사태는 국내 재벌의 비양심적인 작태를 드러낸 단면이라며 롯데카드ㆍ롯데백화점 등 롯데 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을 시작으로 다른 단체들도 불매운동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이 소비재 제조와 유통 산업이 주이기 때문에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롯데그룹은 향후 진행될 주요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으며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당장 2013년부터 추진해 온 롯데정보통신의 연내 기업 공개가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기업공개를 하려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골고루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서울 롯데면세점 소공점 재입찰도 연말로 예정돼 있지만 최근 불거진 오너리스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어떻게 작용할 지 알 수 없게 됐다. 대체적으로는 롯데면세점이 갱신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경영권 다툼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는 다음 면세점 허가 때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국내외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인수합병(M&A) 작업과 부산 북항에서 추진하는 신규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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