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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꼭지로 신선도 판단?…황당한 규제 587건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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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규제신문고·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통해 상반기 성과 쏠쏠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 동물의약품과 인체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 국내는 물론 해외 31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W사. 이 회사는 바이러스 창궐 등으로 백신산업의 성장 전망이 보이자 '동물용 백신 제조업' 진출을 결정하고, 2013년부터 관련 연구·투자에 박차를 가하던 중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동물용 백신 양산을 위해서는 사전에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현행 제도상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기관은 기존에 동물용 백신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5개사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신규 업체의 진출을 꺼리는 기존 업체가 임상시험 수탁을 거부하면 사실상 동물용 백신시장 신규진출이 불가능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관련 기관에 수탁기관 확대 등 제도 개선을 꾸준히 건의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백신공장 건설을 위해 25억원을 투자해 부지를 이미 매입했고, 최고 수준의 공장 설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임상시험이 난관에 부딪히자 K회장과 직원들은 실의에 빠졌다. K회장은 지인을 통해 총리실에서 운영하는 '규제신문고'의 존재를 알게 됐고, 지난 6월 중순 건의를 접수했다. 규제신문고 팀원들은 현장실사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했으며,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9월 중 동물용의약품취급규칙 등 관련 법령 정비를 끝내기로 했다. W사는 358억원의 시설투자 계획을 확정짓고, 국내 판매 연 200억원, 2020년 수출 5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국무총리실의 규제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개설된 규제신문고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규제건의를 접수해 신속히 처리하는 것은 물론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서는 기업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손톱 밑 가시'를 발굴해 적극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총리실에 따르면 규제신문고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1674건의 규제건의를 접수, 답변 완료된 1504건 중 587건을 수용했다. 수용률은 39.0%다. 지난해 3월 규제신문고를 만든 이후 누적 수용률은 38.6%를 기록했다. 그 이전인 2013년 수용률이 8%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규제신문고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에 대해 총리실은 5가지 특징을 꼽았다. 우선 규제신문고를 통해 건의를 하면 14일내에 담당 부처 국·과장 실명 답변을 의무화 했다. 부처답변 → 총리실 소명조치 → 규개위 개선권고 등 3번에 걸친 개선기회를 주고, 건의자에게 부처답변에 대한 소명요청 기회도 제공한다. 모든 부처의 규제건의 창구를 규제신문고로 일원화 해 수요자의 편의를 고려했며, 건의처리 모든 과정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도 신뢰를 높였다.


특히, 상반기에 수용된 건의 587건 중 382건(65.1%)은 현장이행, 제도개선 등 후속조치를 완료했다. 28건은 소관부처에서 수용하지 않았지만, 총리실 소명조치(22건) 및 규제개혁위 개선권고(6건)를 통해 해결했다.


규제신문고는 오는 27일부터 주한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영문신문고'(e.better.go.kr)를 개설, 외투기업 규제애로 해소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도 바쁘게 움직였다. 상반기 중 16차례의 현장 간담회와 정밀화학 등 업종별 규제발굴, 각종 단체·협회 건의 등 현장 밀착형 활동을 통해 141건의 규제를 발굴해 개선하기로 했다. 이 중 73건(52%)은 법령개정 등 후속조치를 완료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저수지 상류지역 공장 설립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저수지 상류 500m 이내 지역에 공장설립 및 증·개축, 업종 변경을 할 수 없었지만,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전량에 대한 처리계획이 있을 경우에는 공장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오는 9월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진입도로 확보를 의무화 한 개발행위허가기준도 완화된다. 농업 6차 산업화를 위한 공장설립시 최소 4m 폭의 진입도로 확보의무가 있어 사업 추진에 곤란을 겪었지만, 농업인 등이 설치하는 2000㎡ 이하의 농수산물 가공, 유통, 판매 시설 등에 대해서는 진입도로 확보의무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개발제한구역내 풍력설비 설치도 허용됐다. 개발제한구역에 설치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에너지 및 연료전지에 국한돼 풍력자원이 있는 산지에서도 풍력발전사업이 불가능했다. 지난 3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고쳐 풍력설비도 개발제한구역에 설치 가능한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켰다.


'특수건강진단기관'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고가의 장비를 보유해야 하지만, 오는 9월 시행규칙을 개정해 예외적으로 사용되는 일부 특수장비는 특수건강진단기관 필수 지정장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아토피 화장품에 대한 표시·광고도 허용된다. 개선·보조 성격의 아토피 피부 전용 화장품의 수요가 급증함에도 불구,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아토피는 표시·광고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올 12월 아토피에 대한 화장품 표시·광고가 가능하도록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가이드라인'을 고칠 예정이다.


특정대기 유해물질 관리기준도 개선된다. 특정대기 유해물질이 극소량만 검출되더라도 해당 사업장은 산단 등에 입지가 제한되거나 강화된 자가측정 대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한계농도 기준 등을 마련해 입지제한 및 자가 측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수박의 신선도 판단기준도 바뀌었다.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 '농산물표준규격'에는 수박은 수박꼭지 유무에 따라 신선도를 판단, 농가에서는 꼭지 유지를 위해 많은 일손을 투입해야 했다. 유통과정에서 꼭지가 손상되면 제 값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박꼭지 유무에 따른 신선도 판단기준을 없애고, 소비자가 좋은 수박을 선별할 수 있도록 당도나 입고 날짜 등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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