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 매디슨' 3700만 회원 정보유출 위협…국내 회원은?
#. 직장인 A씨는 21일 아침 뉴스를 보다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기혼자 데이트 주선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이 해킹을 당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올해 간통죄가 폐지된 뒤 한국 시장에서 회원 확보에 나선 애슐리 매디슨에 '재미 삼아'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국정원의 도감청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민간인 대상 사찰 의혹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애슐리 매디슨 해킹에는 당최 불안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른바 '불륜 조장' 사이트로 알려진 애슐리 매디슨이 해킹을 당하면서 국내 회원들도 떨고 있다. 국내에서 가입한 회원들의 정보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는데다가 낯 뜨거운 대화나 사진이 없을지라도 가입 사실이 유출될 경우 '간통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의 국내 회원은 2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해커들은 애슐리 매디슨을 해킹한 후 회원 3700만 명의 정보를 유출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해커들은 스스로를 '더 임팩트 팀'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애슐리 매디슨과 자매 회사인 이스터블리시드맨(Established Men)을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회원들의 진짜 이름과 프로필, 누드사진, 신용카드 정보, '비밀스러운 섹슈얼 판타지' 등을 유출하겠다는 것이다.
애슐리 매디슨의 모회사인 캐나다의 아비드라이프미디어는 시스템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현재 사법당국과 함께 공격의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료로 제공하던 회원정보 삭제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커들은 애슐리 매디슨의 회원정보 삭제 기능이 회원들의 프로파일과 커뮤니케이션 정보를 모두 삭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슐리 매디슨은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을 피우세요"를 모토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런던 증시에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3월에 사이트를 열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폐쇄 결정을 내렸고, 지난 2월 간통죄가 위헌 판정을 받자 다시 사이트를 오픈한 바 있다. 특히 간통죄 폐지 후 2주 동안 10만 명의 회원이 몰려 국내 회원 규모는 20만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슐리 매디슨이 영업을 하고 있는 나라 중 가장 짧은 기간에 100만 회원을 돌파한 곳은 8개월이 걸린 일본인데 한국이 이 기록을 가볍게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또 지난 4월 애슐리 매디슨 측은 이미 국내서 4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고 조만간 10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크리스토프 크레이머 애슐리 매디슨 국제사업부문 총괄은 "한국이 2020년까지 46개 사업 국가 중 매출 상위 3위 안에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 예상 매출은 83억원이다. 국내 시장에서 5년 뒤 연매출 100억원 가까이를 거뜬히 올릴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해킹으로 애슐리 매디슨의 국내 시장 안착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혼자 데이트 주선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비밀 보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해킹은 애슐리 매디슨의 향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슐리 매디슨은 해킹 전에는 전 세계 46개국에서 3700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확보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1억1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5% 급증했었다.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로 평가돼 왔다. 불륜이나 간통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비슷한 관심사와 생각을 가진 회원들이 안전하고 비밀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라고 밝혀왔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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