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도주차량 혐의 인정 '징역 3년' 선고…음주운전 혐의는 증거불충분 무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 사건 피해자를 음주운전으로 사망하게 했음에도 도주했고, 지금까지 범행 일부를 부인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
검찰은 지난달 3일 청주지법 형사합의22부(문성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 허모(37)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중형을 구형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음주운전’ 혐의였다.
‘크림빵 뺑소니’를 둘러싼 여론의 관심은 일반적인 뺑소니 사건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 1월10일 새벽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앞 도로에서 피해자 강모(29)씨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을 거뒀다.
강씨는 임신 7개월 아내에게 ‘크림빵’을 전달하고자 길을 건너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누가 왜 강씨를 차로 치고 그대로 달아났는지 의문이 이어졌다. 20대 젊은 부부의 꿈과 희망을 한 순간에 앗아간 뺑소니는 국민적인 분노로 이어졌다.
‘크림빵 뺑소니’ 범인 찾기는 수사기관은 물론 누리꾼을 중심으로 일반인들도 참여했다. 각종 제보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혼선도 빚어졌다. 엉뚱한 차량이 뺑소니 차량으로 몰리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충북경찰청은 청주 흥덕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차린 뒤 전면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결국 허씨는 1월29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자수했다.
허씨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8일 내려졌다. 청주지법 형사합의 22부는 허씨의 혐의와 관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허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등의 혐의가 적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관심의 초점이었던 ‘음주운전’은 무죄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허씨는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한 게 아니었을까. 법원이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했다는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 직후 19일 만에 검거됐기 때문에 사건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추정할 수 없었고, 검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제시한 수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허씨가 사고 직후 자수했거나 검거됐다면 음주운전 혐의를 판단할 수 있는데 너무 늦게 자수한 관계로 검찰이 공소장에 담은 수준의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허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0.162%라고 추정했다.
허씨도 경찰 조사 당시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에 담긴 내용처럼 만취 상태로 운전했다는 의혹은 동의하지 않았다.
법원이 1심에서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논란이 완전히 정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이 1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핵심 논란 중 하나인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 다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여론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사건이다. 1심이 음주운전 무죄 판단에도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한 결과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방주시만 잘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곧바로 자수하지 않고 뉴스 등을 통해 경찰수사 사실을 알고도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점을 (양형사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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