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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논리 흔든 돈논리…'엘리엇式'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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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 엘리엇 논리 그대로 반영…국내 자본시장법과 괴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법은 없고 투기만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에 이은 ISS의 합병 반대 권고에 재계가 대한민국이 법을 무시한 헤지펀드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엘리엇에 이어 ISS마저 국내 법체계를 무시하고 자체적으로 추산한 합병비율을 권고한데 따른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6일 "ISS가 보고서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대한민국 법 규정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합병 비율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분명한 논리적 오류"라며 "전 세계 각 나라마다 법체계가 다르고 이를 반영해 권리분석을 해야 하는데 ISS는 한국의 법을 무시한 엘리엇측의 논리를 그대로 담아 공정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특히 ISS는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의 합병비율에 대해선 협상이 아닌 대한민국 법 규정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이를 문제 삼았다. 이는 대한민국의 법 규정에 맞는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있다는 해석으로 대한민국 법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ISS가 제시한 적정 합병비율 1:0.95는 삼성물산의 주식가치가 1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가정, 합병비율을 재산정한 것으로 만약 삼성물산이 주당 가치를 11만원으로 산정해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이는 우리의 자본시장법과 글로벌 스탠다드의 합병산정 비율기준이 다른 데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만들 때 외국자본의 활발한 국내 투자유치를 위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합병(상장사의 경우)비율을 산정했다. 그러나 시가총액과 자산가치 등을 고려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차이가 나면서 외국 투기자본이 우리 법을 무시하고 한국 기업을 공격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엘리엇측을 비롯한 합병 반대에 나선 해외 투자자들이 문제 삼고 있는 합병가액의 10% 할증 및 할인 적용 역시 사례가 없다. 일부의 평가만으로 합병 당사회사가 과소, 또는 과대평가 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법상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이사회를 통해 승인된 153건의 국내기업 합병 사례를 전수 조사했다"면서 "총 153건중 129건이 계열사간의 합병이었으나 할증, 또는 할인이 적용된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가액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려면 엘리엇이 의혹으로 제기한 삼성물산의 의도적 주가 하락을 입증해야할 것"이라며 "엉뚱하게 합법적으로 산정된 합병비율을 놓고 국내법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자산가치를 반영하라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명목으로 우리 법체계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치권서도 이같은 해외 투기자본들의 움직임에 반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3일 발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일부 개정안'이 그것이다.


박 의원은 현행 외촉법에 규정된 외국인 투자제한 이유에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추가해 외국인투자의 적격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심사를 통해 대한민국 법체계까지 무시하는 투기자본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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