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불씨 남아…구속 인물 '윗선'은 처벌 면할 듯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전정도 300억대 특혜'와 '하베스트 부실인수' 책임이 있는 공기업·국책은행 경영진이 나란히 구속됐다. 하지만 사실상 정권 임명직인 이들이 자의적 판단으로만 국고 손실을 초래할 결정을 했는지 의문이 여전하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강영원(63)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송재용(58) 전 산업은행 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책임지던 기업에서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에 1조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정유회사인 하베스트 계열사 날(NARL)을 시세보다 3133억원이나 웃돈을 주고 1조3700억원에 사는 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사장은 이 계약을 비판하는 보도가 나오자 "날을 평가 가치의 80% 금액에 샀다"며 실제와 다른 계약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날은 부실기업으로 드러났고 석유공사는 매입 5년 뒤인 지난해 8월 석유공사는 날을 1000억원에 팔았다. 1조원 이상 매각 손실이 생겼다.
송 전 부행장은 산은이 성진지오텍 지분 거래를 하며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에게 특혜를 준 데 최종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지난 2009년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445만 여주를 사고 약 1년 뒤 전날 종가인 1만500원보다 싼 9600원대에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산은은 30~100억원대 이득을 놓쳤다. 또 전 회장이 포스코에 지분을 고가에 팔며 막대한 차익을 얻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현재 배임 혐의가 아닌 미공개 정보 이용(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상황이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자체가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 송 전 부행장이 산은이 전 회장에 판 성진지오텍 BW가 1주일 만에 포스코에 팔릴 것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송 전 부행장이 포스코가 성진지오텍 BW를 고가에 사줄 것이란 사실도 예상했다고 보고 있다. 산은은 인수합병(M&A)실은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를 주관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을 두 의혹의 핵심 책임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남은 의문은 있다. 사실상 정권 차원에서 선임한 인물인 이들이 온전히 자의적 판단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을까 하는 점에서다.
검찰은 '하베스트 부실 인수' 조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지식경제부 장관)가 '지시'는 하지 않았지만 '보고'는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전정도 특혜 의혹'에서도 2010년 당시 민유성 산은 회장은 국회에서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를 주관한 M&A실과 BW를 맡은 지점 간에 서로 거래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검찰 수사는 이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의혹의 '윗선'에 대한 불씨는 남은 셈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