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급랭…법안 처리·협상 올스톱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대치정국은 불가피해졌다. 당장 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관련 법안 이외에 나머지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는 크라우드펀딩법, 대부업법 등 민생법안을 포함한 60여 건의 법안 처리가 어렵게 됐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메르스대책법은 여야가 약속한 만큼 처리한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으나 나머지 법안의 정상적인 통과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본회의에 계류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야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에 따른 후폭풍이 여야 대치로 이어진 것은 여당이 야당이 요구하는 재의 절차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거부한 것을 다시 의결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크고, 이는 당청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청 관계를 어렵게 끌고 가는 것 보다는 여야 경색이 그나마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야 관계도 중요하지만 국정운영의 두축인 당청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게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내 친박계는 재의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원내지도부에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국 경색을 푸는 게 중요한 만큼 원내 지도부가 나서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 차원에서 재의결에 부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는 행정부가 거부한 법안을 국회의장 재량에 따라 상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과반 이상의 의석 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법안 상정은 의미가 없다.
정의화 의장은 일단 숙고에 돌입한 상태다. 평소와 달리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 의장은 전날 이의서를 보고 재의 여부 결정하겠다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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