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과학을 읽다]교황…기후변화를 말하다

시계아이콘02분 32초 소요

과학적 분석 통한 절절한 회칙, 앞으로 기후변화회의에 큰 영향 끼칠 듯

[과학을 읽다]교황…기후변화를 말하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하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AD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에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나비와 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태국에서는 코끼리가 사라지면서 숲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남미와 호주 등에서는 올해 '슈퍼 엘니뇨'로 홍수와 가뭄이 이어져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섰습니다. 교황은 지난 18일 '교황 회칙'을 통해 "기후변화를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며 "지구촌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황은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라는 회칙을 통해 이 같이 주문했습니다.


◆입체·종합적 연구논문 이상인 '교황 회칙'=기후 변화를 담은 이번 교황의 회칙은 총 6장 246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보면 900매에 이릅니다. 한 권의 단행본 분량에 해당되는 방대한 양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제 1장은 '우리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WHAT IS HAPPENING TO OUR COMMON HOME)'부터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문제 제기와 현실 분석입니다. 공해와 기후변화, 물 부족, 생물 다양성 실종, 삶의 질 악화와 사회 붕괴, 글로벌 불평등이 만연해 있다고 진단합니다. 원인 분석을 하는데 있어 '선언적 내용'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동안 밝혀진 과학적 분석과 데이터를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제 2장은 '창조물에 대한 복음(THE GOSPEL OF CREATION)', 제 3장은 '생태의 위기 근원(THE HUMAN ROOTS OF THE ECOLOGICAL CRISIS)'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류의 욕심과 개발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를 강조한 부분입니다.


제 4장은 '완전한 생태계(INTEGRAL ECOLOGY)'를 이야기합니다. 환경과 경제, 사회적 생태계를 강조하고 문화적 생태계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 5장은 '접근과 행동(LINES OF APPROACH AND ACTION)'을 다룹니다. 공동의 선(善)을 위해 국제적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함께 해결점을 찾아보자고 주문합니다. 문제 제기에 이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6장은 '생태 교육과 정신(ECOLOGICAL EDUCATION AND SPIRITUALITY)'입니다. 문제 제기와 해결책에 이어 앞으로 삶에 대한 교육과 인간과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회칙 마지막에 교황은 '지구를 위한 기도문(A prayer for our earth)'를 덧붙였습니다. 이 기도문을 통해 교황은 "형제와 자매로 그 누구도 해롭게 하지 않으면서 평화가 충만하게 해주소서(Fill us with peace, that we may live as brothers and sisters, harming no one)"라고 말합니다. 이어 "버림받고 잊힌 이들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help us to rescue the abandoned and forgotten of this earth)"라고 호소합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정의와 평화, 사랑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지구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모든 삶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help us to protect all life, to prepare for a better future, for the coming of your Kingdom of justice, peace, love and beauty)"라고 기도했습니다.


◆기후변화 회의에 큰 영향 끼칠 듯=교황의 회칙은 앞으로 지구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까요. 그저 한 종교의 기도문과 선언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될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게 과학계와 정치권의 판단입니다.


해외과학매체인 네이처는 교황의 회칙을 두고 "오랫동안 교황은 기후변화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이처럼 강하면서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를 보낸 적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번 회칙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을 둔 철저한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를 뛰어넘는다고 진단했다. 단순한 회칙이 아닌 기후변화에 대한 입체적 문제점과 종합적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교황 회칙은 앞으로 정책 결정자와 과학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네이처지는 "교황은 이번 회칙을 통해 인간에 의해 자행된 환경 파괴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에 주목했다"며 "화석 연료 사용의 중단과 재생 에너지 개발을 요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교황의 이번 회칙은 앞으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IPCC는 기후변화의 원인 분석을 두고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추기경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같은 교황의 주문은 가톨릭 신자들의 의견과도 일치합니다. 워싱턴DC에 있는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의 최근 조사를 보면 미국의 가톨릭 신자들 10명중 7명 정도(71%)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7%의 신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행동으로 발생했고 48%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스톡홀름대학 요한(Johan Rockstrom) 박사는 "과학적 데이터로부터 추출된 이번 교황의 메시지는 최고의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 기후변화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2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UN 미팅이 예정돼 있는데요. 유엔기후변화협약 196개 당사국이 모여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세계 각국의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자리입니다.


12월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미팅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9월 UN총회에서 다시 한 번 기후변화에 대한 연설을 할 예정에 있습니다. 이번 기후변화에 대한 '교황 회칙' 발표에 이어 오는 9월 UN총회 연설까지 교황의 행보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