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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왜 혁신인가]인수합병 성공, 조직문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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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M&A, 그 혁신의 빅뱅<끝>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손선희 기자] 기업들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혁신을 꾀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냉랭했던 M&A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특정 사업을 키우거나 확장하기 위해 M&A에 뛰어들며 금융위기 이전 못지않게 시장이 커졌다. 특히 IT기업들은 중소, 벤처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인수한 기업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화려하게 인수합병 계약을 맺고도 '승자의 저주'에 시달린다. 인수 후 성공했다는 사례는 절반 정도의 확률로 찾아볼 수 있다. 기업들이 M&A 후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과거 성공과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결국 인수한 후 조직문화 융합 여부가 시너지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SK와 하이닉스의 합병은 국내 M&A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물론 업황을 잘 파악한 M&A 시점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시점 외에도 SK그룹이 전략적으로 하이닉스의 조직문화를 살려줬다는 점이 합병 후 시너지를 키울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로 출발해 LG반도체를 흡수하고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삼성 경영임원을 영입하는 등 4대 그룹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당시 하이닉스 인수 후 SK 경영진은 하이닉스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에 변화추진팀을 새로 만들어 하이닉스와 SK그룹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했다. 그룹과 달리 SK하이닉스에는 연구원이 연상되는 '책임', '수석' 등의 직급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2013년에는 현대전자 당시부터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해 연구개발제조총괄까지 역임한 하이닉스의 원조 기술통 박성욱 사장을 선임, 더욱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과거 조직융합에 실패하며 M&A가 악몽으로 남은 기억이 있다. 1995년 세계 PC업계 점유율 6위였던 미국 AST리서치를 3억7500만달러의 거금을 들여 인수한 것이 실패 사례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프트웨어 강화'라는 지시를 내려 인수했지만, 수억달러의 손실을 남긴 채 결국 4년 만에 경영권을 포기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한국식 조직문화를 곧바로 AST에 적용하고, 한국 본사 인력을 현지에 심는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했다가 AST의 고급인력들이 무더기로 이탈하는 사태를 빚었다. 무리하게 한국식 조직문화를 심으려 한 데서 온 실패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해 국내외 벤처기업을 인수한 후에는 해당 기업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벤처업체 스마트싱스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후에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CEO는 "삼성전자에게 인수될 당시 개방형 플랫폼을 유지해 줄 것을 단서로 걸었다"며 "현재까지 삼성 외에 다른 개발자들도 같은 툴을 쓰고 있고, 덕분에 개발자들이 삼성에 인수된 후에도 우리 플랫폼을 떠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기업 업무 프로세스와 소규모 벤처기업, 혹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기업이 함께 일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창업 목표가 달랐고, 원하는 방향이 달라 일하는 과정에서 많은 마찰이 발생하곤 한다.


대기업은 소규모 회사 직원들에게 "책임감과 실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갖고, 불리한 고과를 주기도 하면서 마찰이 빚어지는 것. 다른 문화에 적응하느라 힘든 가운데 텃세에 시달린다는 생각을 가진 피인수 회사 직원들도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1998년 세계 최대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인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가 M&A에 성공했지만, 독일과 미국의 이질적인 회사 문화로 결국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인수가격의 5분의 1에 불과한 가격에 크라이슬러를 매각했다"며 "인수 기업은 좀 더 너그러운 자세로 피인수 기업의 독립성을 살려주고, 피인수 기업 역시 움츠러들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해야 합병 시너지가 더욱 커진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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