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5선(選)된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햔한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FIFA 고위층의 부패 스캔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블라터 회장도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렉 다이크 영국 축구협회 회장은 최근 FIFA의 추가 스캔들이 터져 나올 것이며 블라터 회장은 그때 할 수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케이만군도의 사례를 들어 블라터 회장이 예산을 멋대로 쓰면서 자신의 측근을 FIFA 고위 관계자로 채웠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더 선데이 타임스는 블라터 회장이 곧 스위스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스위스 베른의 검찰팀이 2개월간 월드컵 개최지 투표에 대한 수사를 비밀리에 진행했으며, 블라터 회장을 포함한 현직 FIFA관리 10여명이 이에 관련돼 소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가 블라터 회장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앞서 리처드 웨버 미국 연방국세청(IRS) 범죄수사국장은 29일 “이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더 많은 기소가 이뤄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웨버 국장은 남은 수사 대상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블라터 회장이 대상에 포함돼 있는지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미국 사법당국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FIFA의 내부 부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스위스 정부에 관련 혐의자들을 체포해 자신들에게 인도하도록 요청했다.
FIFA는 월드컵을 주관하며 현금 보유액이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조직이다. FIFA 안팎에서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비리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NYT가 보도한 케이만군도의 사례를 보면 블라터 회장은 FIFA 고위직을 측근으로 앉히고 사조직으로 가동했다고 할 수 있다. 쿠바 남쪽의 작은 섬나라인 케이만군도는 FIFA 순위가 209개 팀 중 191위로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FIFA는 케이만군도축구협회에 재정을 지원해 축구협회 빌딩과 2개의 축구경기장을 짓도록 하고 있다. 전체 인구가 6만명도 디지 않는 나라로서는 대규모 공사다.
NYT는 케이만군도가 FIFA로부터 거액 지원금을 받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소개하면서 이 연결고리로 이 나라 출신인 제프리 웹 FIFA 집행위원회 부회장을 지목했다. 웹은 FIFA 회원국 중 35개국을 아우르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에 2012년 당선됐다. 웹은 동시에 FIFA 회장직을 지키려는 블라터 회장에게 중요한 존재가 됐다. 웹은 지난 27일 부패 혐의로 체포된 FIFA 고위 관계자 7명에 포함됐다.
블라터는 지난 3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133표를 받았다.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FIFA 부회장은 73표를 얻었다.
블라터 회장의 임기는 2019년까지다. 그가 임기를 채우면 도합 21년 동안 FIFA의 수장을 지내게 된다.
그는 스위스 아이스하키연맹 사무국장과 론진 홍보담당 이사를 거쳐 1975년 FIFA에 기술발전프로그램 위원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1981년부터 1998년까지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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