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오늘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ACL 16강 2차전
상대팀 연봉의 8분의 1도 안 되지만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아직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프로축구 성남FC의 김학범 감독(55)은 광저우 원정을 앞둔 선수들에게 평정심을 강조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진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심리 싸움이라고 봤다.
성남은 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광저우의 톈허스타디움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16강 2차전을 한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20일)을 2-1로 이겨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후반전(90분)이 남았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경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까지 고려하며 상황에 맞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성남과 광저우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렸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과 함께 시민구단 최초로 ACL 본선에 오른 성남. 반면 광저우는 2013년 대회 정상에 오른 중국 슈퍼리그의 강팀이다. 지난해 선수단 연봉 총액은 성남이 61억2300만원, 광저우는 4694만4000달러(약 520억원)다. 광저우의 히카르도 굴라트(24)와 엘케손(26·이상 브라질) 등 외국인 공격수 두 명의 연봉만 243억원으로 성남의 1년 예산(약 140억원)보다 많다.
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들었다. 미드필더 김철호(32)는 "주변에서는 우리 팀이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고 ACL에서 망신만 당할 것이라고 했다. 감독님도 그 부분을 말씀하셨다"고 했다. 김 감독은 "몸값 차이가 난다고 중국 팀에 질 이유가 없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약점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는 강팀과의 대결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내가 저 팀을 어떻게 잡는지 보여주겠다"고 공언한다. 꼼꼼하게 비디오를 분석하고 상대 선수들이 자주 쓰는 기술과 움직임의 동선을 파악해 대응방안을 짚어준다. 김철호는 "(김 감독이)광저우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상대 수비수의 공략할 지점을 충분히 설명해주었다"고 했다. 주장 김두현(33)은 "주어진 환경에서 선수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낸다"고 했다.
지난 2010년 허난 젠예 사령탑으로 일한 김 감독은 광저우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 분위기까지 계산에 넣었다. 선수들이 붉은 옷을 입은 6만여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상대에 맞서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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