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총기사고]인명피해를 키운 ‘3가지 이유’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예비군 훈련장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규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작 있어야 할 규정은 없고, 있는 규정마저 지켜지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15일 군에 따르면 총기 난사 가해자인 최모(23) 씨는 13일 오전 10시 37분께 사격장 1사로에서 표적지를 향해 1발을 발사한 다음 갑자기 뒤로 돌아 부사수로 대기 중이던 예비군 윤모(24) 씨에게 총을 발사했다. 불과 10초만에 이뤄졌다.

규정에 없어 사건을 키운 대표적인 것이 통제관의 복장이다. 당시 사격장 현장에는 대위급 장교 3명과 현역병 조교 6명 등 9명이 배치됐다. 이들 모두 방탄복은 커녕 무장도 하지 않았다. 규정에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올해 펴낸 예비군 실무편람에 따르면 예비군을 통제하는 통제관들에 대한 복장규정과예비군 훈련시 긴급상황에 대비한 메뉴얼은 전무하다. 비무장인 통제관 9명이 무장을 한 예비군 20명을 통제한 셈이다.

사건당시 통제관들은 총기 난사가 시작되자 모두 사로 뒤에 있는 경사지로 몸을 피했다. 최 씨와 가장 가까이 있던 현역병은 무려 7ｍ나 떨어진 곳에 있어서 미처 그를 제압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비무장상태에서 순간 위협을 느껴 먼저 피신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규정을 위반한 점도 있다. 사건이 발생한 사격장에는 사로마다 총기의 전방 고정을 위한 안전 고리가 있었으나 소홀한 통제 탓에 최 씨는 자신의 총기를 고정하지 않았다. 최 씨를 통제하는 조교는 최 씨가 안전 고리에 손을 대는 모습만 보고 총기를 고정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사로에 배치된 예비군들은 모두 안전 고리에 총기를 고정한 상태였으나 최 씨만 총구를 옆이나 뒤로 겨눌 수 있었다.

특히 최씨가 사격장 사로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던 점도 총기 난사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 최 씨는 마치 범행을 계획한 듯 입소 첫날과 사건 당일 조교와 동료 예비군들에게 1사로 배치를 요청했다. 1사로는 맨 왼쪽에 위치해 왼쪽벽을 등지고 사격을 할 수 있으며 조교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동료 예비군들을 향해 총을 쏘기 쉬운 장소다.

중앙수사단 관계자는 "특별히 정해진 순서 없이 예비군 20명을 한 줄로 세워 사로로 올려보냈다"며 "최 씨가 스스로 1사로에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