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K뷰티' 열풍에 대한 '엔저(低) 공습'은 기우였다. 초엔저 지속으로 중국 소비자의 이동이 우려됐지만,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고공비행'을 지속했다.
14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분기 화장품 계열사가 매출 1조3823억원, 영업이익 32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7%, 50.2% 증가했으며, 분기사상 최대 실적이다.
설화수, 헤라, 프리메라 등 럭셔리브랜드와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등 인기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이 매출 1조2044억원, 영업이익 2780억원의 실적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화된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사업 성장이 가속화 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수요 급증에 힘입어 면세 채널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100% 이상 성장하는 쾌거를 거뒀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등 아시아시장에서도 전년 대비 50.6% 성장한 24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외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중국 소비자들 급증을 배경으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1분기 매출은 6103억원, 영업이익은 1090억원으로 전년 보다 각각 34.5%, 64% 성장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프레스티지 브랜드인 '후'가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주요 면세점에서 시계, 보석 등을 포함한 전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요우커 효과'가 주효했다. LG생활건강의 전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1% 성장한 150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100엔당 원화값이 800원대에 접어드는 등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 관광객의 일본행을 전망, 일본 뷰티 및 면세 브랜드의 강세를 점치기도 했다. 일본으로의 중국인 방문자 수가 늘고, 일본 정부에서도 중국인 대상 비자 발급을 완화하고, 화장품류 등 소모품을 면세 품목으로 포함시키는 등 중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내 브랜드의 지속 성장을 예견했다. 서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바운드 관광객들의 일본행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1~3월까지 대한민국 화장품 수입액은 증가 폭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의 선호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과도한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보면 가격보다 품질에 초점을 맞춘 프레스티지(고가)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면서 "엔저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고 일본 브랜드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중국인들은 한국브랜드의 품질과 이미지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중국의 대(對)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5.7% 증가, 일본 화장품 수입액 증가율(81.1%)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지난 2월과 3월 중국인 일본 입국자 수가 각각 159.8%, 83.7% 늘었지만 같은기간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2229.8%, 274.0% 뛰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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