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9개 상장사 주가 평균 158% 치솟아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의 축구 1부 리그인 '중국축구슈퍼리그(中國足球協會超級聯賽)'는 승부 조작, 베팅 사기,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 인구 13억의 중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순위에서 아이티ㆍ말리보다 밀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서 축구와 관련된 기업들 주가가 지난 1년 사이 평균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을 축구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축구 개혁 종합 방안 50개조'까지 제시했다. 이후 지금까지 축구와 관계 있는 중국의 9개 상장사 주가는 평균 158% 치솟았다.
베이징(北京) 소재 민성(民生)증권의 스포츠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 타오예(陶冶)는 "중국에 투자하려면 중국의 정책부터 알아야 한다"며 "중국의 지도부가 축구 개혁을 강하게 밀어부치면서 관련주들이 치솟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축구계에서 추잡한 뇌물을 뿌리 뽑고 오는 2025년까지 축구학교 5만개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들의 연봉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다.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 덕에 축구와 연관된 기업들은 살맛이 났다. 슈퍼리그에 LED 전광판을 단독 제공하는 대신 슈퍼리그 로고 사용권을 갖고 있는 레드맨 옵토일렉트로닉(雷曼光電科技)의 주가는 지난 1년 사이 336%나 뛰었다. 블룸버그가 5명의 애널리스트에게 물어보니 올해 레드맨의 주당순이익(EPS)은 배로 증가할 듯하다.
축구 클럽과 연관 있는 러시인터넷(樂視網), 장쑤쉰톈(江蘇舜天), 상하이인터내셔널포트(上海國際港務)의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147%, 128%, 60% 급등했다.
그러나 증권가 일부에서는 축구 관련주가 고평가됐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레드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117.9배다. 이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중국 최대 LED 제조업체인 싼안(三安)의 네 배가 넘는다. 러시인터넷의 PER는 192.9배다.
선전 소재 보스(博時)자산운용은 지도부의 개혁이 성공하리라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며 축구 관련주의 랠리가 계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난 1년 사이 중국의 주가가 배로 뛰었지만 경제 펀더멘털이 좋은 건 아니다. 중국의 올해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동기 대비 7% 성장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지만 2009년 1분기 6.2%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7.3%였다.
미국 투자업체 R스퀘어드의 앤커 파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주식시장의 랠리가 부동산 시장처럼 무분별한 투기를 부추겼다"며 "증시는 결국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포츠의 안전ㆍ보안ㆍ청렴성을 보장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서 출범한 비영리 단체 국제스포츠보안센터(ICSS)의 크리스 이턴 소장은 "중국이 13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에도 올해 FIFA 세계 랭킹에서 82위를 기록한 것은 부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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