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옆 부서 고참이 신참에게 묻는다. "오늘 근로자의 날인데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가 뭔지 아니?" 선배의 갑작스런 질문에 이제 막 노동자(혹은 근로자)의 길에 들어선 신참은 바로 답을 못하고 곤혹스러워 한다.
'앗, 저 질문이 나한테 들어왔으면 뭐라 답하지?'하는 생각에 얼른 국어사전을 찾아 봤다.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고, 근로자는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이란다. 영어로는 둘 다 'worker'나 'laborer'로 쓴다.
사전을 찾으면서 20여년 전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선배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노동자는 좀 더 주체적인 뜻이고,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뜻이니 노동자란 단어를 써야 한다며 '근로자의 날'도 '노동절'로 해야 맞다는 주장을 했던 것 같다.
마침 증시도 휴장인 덕에 시간도 남았겠다, 옆 부서 후배 대신 노동자와 근로자에 대해 좀 더 찾아 봤다.
영어로 메이데이(May Day)로 부르는 노동절의 유래는 1886년 5월1일 미국 시카고에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을 기념한 것으로 유럽과 중국, 러시아 등은 5월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고 있다. 정작 이날의 배경이 된 미국은 많은 주(洲)에서 9월 첫째 월요일을 법정휴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절 역사는 광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부터 5월1일을 노동절로 기념했다. 그러다가 5ㆍ16 이후 3공화국이 들어선 해인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의한 법률'에 의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창립기념일인 3월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정했다.
근로자의 날이 3월10일에서 5월1일로 돌아오는 데는 30년이 더 걸렸다. 문민정부를 내세운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다음 해인 1994년 근로자의 날은 5월1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노동절로 다시 바꿔 부르는 이들도 늘었지만 공식 명칭은 여전히 근로자의 날이 유지됐다.
명칭이 뭐 대수겠냐 싶지만 안타까운 점은 같은 날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만큼이나 갈등의 골도 깊다는 것이다. 내년 5월1일은 근로자의 날이든, 노동절이든 모두가 함께 부르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 고용노동부를 고용근로부로 고치든가. 전필수 기자 philsu@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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