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늘어선 길, 꽃을 만날 때마다 걸음이 멈추는데, 그러곤 탄성과 함께 가벼운 실랑이도 벌어진다. 참 곱다, 그런데 이 꽃 이름이 뭘까, 재스민 꽃? 아니 애기사과꽃이야, 이 꽃은 또 뭘까, 명자꽃? 아니 그런 꽃도 있었나?
꽃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 그 앞에 머무르고 마는 마음, 그 꽃 이름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 이름을 알고자 하는 것, 꽃의 이름을 알고 싶어하는 그 마음은 꽃과 더 제대로 인사하고 싶어서인 것, 그러니까 배움은 뭔가를 사랑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인가.
사람도 꽃이니, 아니 사람만한 꽃은 없는 것이니, 우리는 꽃을 보려 떠날 때 실은 사람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사람을 알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봄날이면 여행을 떠난다. 꽃을 찾아 사람을 찾아 떠나고, 찾고, 만나고, 그래서 함께 화환이 되고, 그러고는 돌아오는 것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한 번 만나 친구가 되고, 두 번 만나 제자가 되며, 세 번 만나 다시 스승이 되고, 그리하여 돌아오는 것이니, 마음 속 서랍과 가방을 채워서 오는 것이다. 아니 비워서 다시 채워오는 것이다. 자기를 비우고 다른 자기를 채워오는 것이다. 나를 비우고 너를 채워오는 것이다. 나인 너를 채워오는 것이다.
정성껏 가꾼 나무의 내력을 들려주는 마음을 채워오는 것이며, 모두가 처음 보는 아이의 엄마 아빠가 돼 주는 마음을 갖고 오는 것이며, 먹을 것을 만드는 곳은 공장이 아니라 공방이라고 해야 해요 라고 하는 그 마음을 새겨 오는 것이며, 노구가 돼 다시 만난 백구가 숲길의 앞장을 서며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곳으로 어서 같이 가자고 이끌 때 그 어진 눈빛에 괜히 눈물 한 방울 글썽이게 되기도 하는 마음으로 돌아오게 해 주는 것이다.
여행은 결국 꽃을, 생명을 만나는 것,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만나는 것, 그 마음을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려 애쓰는 마음을 만나는 것, 그래서 그런 마음을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곧 생명의 합창이니, 우리는 여행에서 아난다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길에서 만난 벗들과 밥을 먹을 때 아난다를 먹는 것이며, 술을 마실 때 아난다를 마시는 것이다. 스스로 주인이 되고 스스로 손님이 되어 서로를 맞이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꽃으로 만발하며, 그렇게 함께 화환이 되어, 우리는 기쁨으로 아난다를 노래한다.
*아난다=(佛)삶의 환희.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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