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펜싱 전국대회 사브르 개인전 우승
前 롯데 투수 윤학길이 아버지
[화성=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펜싱 국가대표 윤지수(22·안산시청)가 제53회 전국 남녀 종별펜싱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개인전(23일·화성실내체육관)에서 우승했다. 결승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라진(25·인천 중구청)을 15-3으로 제압했다. 동의대를 졸업하고 올해 실업팀에 입단해 따낸 첫 금메달. 그는 "(이)라진이 언니를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는데 자신감을 얻었다"며 기뻐했다.
윤지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노리는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막내 주자다. 안상용 펜싱대표팀 총감독(56)은 "(김)지연(27·익산시청)이가 에이스로 버티고 있는 여자 사브르가 메달 가능성이 가장 크다. (윤)지수가 좀 더 경험과 실력을 쌓아 뒷받침을 해준다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자 사브르의 국제펜싱연맹(FIE) 랭킹은 7위. 그러나 2012 런던 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꾸준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언제든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윤지수는 "언니들과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얘기를 자주한다. 지고 있을 때 격차를 좁히고 앞서갈 때는 점수 차를 지키면서 (김)지연 언니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지수의 장점은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경기 운영. 뒤로 물러서지 않고 쉴 새 없이 칼을 휘두르며 상대를 몰아붙인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강한 어깨와 큰 키(169㎝)가 원동력이다. 프로야구 LG의 윤학길 퓨처스(2군) 투수코치(54)가 그의 아버지다. 롯데에서 선수(1986~1997년)로 뛰며 다승왕(1988년·18승)과 100회 완투 기록을 세운 '강철어깨'. 윤 코치는 딸이 우승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1등을 했다고요?"라며 화들짝 놀랐다. 그러더니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주 만날 수도 없고, 뒷바라지도 못했는데 알아서 잘 하네요"라며 껄껄 웃었다.
막내딸을 여성스럽게 키우고 싶었던 윤 코치의 바람과 달리 윤지수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태권도와 축구를 즐기는 '열혈소녀'였다. 펜싱은 햇빛에 덜 노출되고,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 덕분에 겨우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유명하신 분이라는 사실에 든든하고 자부심이 있다. 가끔씩 '너무 의욕이 앞선다. 여유를 가지고 하라'고 격려도 해주신다"고 했다.
아버지의 격려에 힘입었을까. 저돌적이던 윤지수의 경기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동의대에서 그를 지도한 이효근 남자 사브르 코치(49)는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읽는 눈과 칼로 공격을 막아내는 빠라드(Parade) 기술이 한결 좋아졌다"고 했다. 윤지수도 "섬세한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혼자서 기본기 훈련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동료들과 대등하게 경쟁해야 국제대회에서도 잘할 수 있다. 막내에 머물지는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지수 프로필
▶생년월일 1993년 1월 24일 ▶체격 169㎝ 54㎏ ▶출생지 부산광역시
▶출신학교 상당초-양운중-부산디자인고-동의대
▶소속팀 안산시청
▶가족 윤학길(54) 씨와 김은주(50) 씨의 1남1녀 중 막내
▶수상경력
-2012년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개인 1위·단체 1위
-2013년 벨기에 겐트 국제월드컵A급대회 여자 사브르 단체 1위,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단체 1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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