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미스터 쓴소리'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겸 두산중공업 회장이 막말 파문으로 불명예 퇴장한다.
박용성 이사장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이사장 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그 동안 대학 당국과 함께 중앙대 발전을 위해 학사구조선진화방안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상처를 입은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또한 "최근 학교 구성원간 대화를 통해서 학사구조개선안에 대타협을 이뤄냈다"면서 자신의 사임에는 이런 학내 분위기를 해치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사임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최근 중앙대 학과통폐합 등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과 잦은 불화를 겪었으며 최근 학과제 폐지 등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목을 쳐주겠다" 등 막말파문을 일으켰다.
박 이사장은 그동안 거침없는 언변으로 재계에서는 '미스터 쓴소리'로 불려왔다. 재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독설로 박 이사장을 그리워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00년 5월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은 후에는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비판했던 '떼쓰기법론', 한국기업들의 철학부재를 질타했던 '들쥐론'까지 여러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아울러 '계획만 있고 실천이 없는 한국은 NAPO(No Action Plan Only) 공화국' '대기업 신음소리만 말고 용기 있게 나서라' '정부는 사냥개며 강남아줌마는 토끼다'라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투서로 시작된 가족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박 회장은 2005년 11월 불명예를 안고 5년간 맡았던 상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대한체육회장을 맡던 2009년에는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됐다는 결정에 대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서도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며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조차 발붙일 곳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왜 이렇게 됐느냐 하면 그동안 야구가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 일침했다.
2008년 6월 중앙대 이사장을 맡고서는 중앙대를 이름만 빼고는 다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해 10월에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대학입시에서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등 3가지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 정책'에 대해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그러면서 "이제 곧 일흔인데 남은 일생을 마감하는 사업으로 교육을 택한 것이고 일주일에 3~4번은 학교로 나올 만큼 '올인'하고 있다"면서 "마지막에 대학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놨다는 소릴 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박 이사장의 이런 포부는 7년만에 불명예 퇴진하며 후임 이사장의 몫으로 남겨졌다. 박 이사장이 미등기 임원직인 두산중공업 회장직도 사퇴해도 두산그룹이나 두산중공업 경영상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