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태양광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화큐셀이 1조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따냈다. 태양광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은 지난 몇 년 간 극심한 태양광 침체기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집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한화큐셀은 20일 미국내 두번째로 큰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와 총 1.5GW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단일 공급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1W당 62~64센트에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금액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모듈 공급은 오는 10월부터 2016년 말까지 1년3개월여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1.5GW 규모의 모듈이 모두 설치되면 대구광역시 전체 인구(약 250만명)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화큐셀은 설명했다.
넥스트에라는 미국에서 시가총액(약 50조원) 기준 두번째로 큰 전력회사로 연간 매출이 19조원에 달한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 연간 42GW에 이르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10GW는 풍력 발전일 정도로 신재성에너지에선 정평이 나 있는 기업이다. 넥스트에라는 한화큐셀로부터 공급받는 모듈 전량을 미국내 건설 예정인 자체 태양광 발전소에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과 넥스트에라는 이번 계약 내용에 2017년 이후 넥스트에라가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도 한화큐셀의 모듈을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한화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게 돼 향후 북미 태양광 시장을 확고하게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 성공은 태양광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김 회장의 '집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2010년 8월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나섰지만 이후 업황은 내리막길이었다. 유럽발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으면서 유럽과 중국 업체 수백개가 쓰러졌다. 김 회장은 태양광 사업이 침체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던 2011년 10월 한화그룹 창립기념일 기념사에서 "태양광과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야 하며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 가야 한다"며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해낼 수 있다' '꼭 해낸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김 회장의 이같은 의지와 지원으로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한 뒤 한화솔라원과 합병을 추진해 세계 태양광 1위 기업(셀 생산량 기준) 한화큐셀을 만들어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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