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치분할상환 비중 지난해말 26.5%…원금상환 크게 늘어
안심대출, 빚 갚는 문화에 한 몫…"가계대출,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1%대의 초저금리 시대, 돈을 굴릴 곳이 마땅찮아 지면서 '빚 갚는 재테크'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던 과거에는 이자 부담을 견딜 수 있었지만, 집 값 정체가 지속되고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11년 말 7.7%에 불과했던 비거치분할상환 비중은 지난해 말 26.5%로 급증했다. 비거치분할상환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거치기간 없이 바로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정부도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가계의 채무상환여력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분할상환 비중을 2016년 30%, 2017년 40%로 목표치로 내놨다.
이영로 금융감독원 가계신용분석팀장 "한국의 가계가 빚을 한꺼번에 갚는 구조여서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는데 조금씩 갚아나가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도 빚 갚는 시대를 앞당긴 배경으로 작용했다. 2년전 7억5000만원짜리 경기도 분당시 판교의 한 아파트를 담보로 4억원을 대출받은 직장인 서현욱(가명·42세)씨는 만기 30년의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다. 매월 납부 금액은 130만원에서 161만원으로 늘어났다.
서씨는 "저금리에 직장인들은 대출금을 충실히 갚는 것도 재테크라고 본다"며 "30만원 가량 월 부담액이 커지는 만큼 펀드나 투자용 연금보험 등을 해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30년 후 화폐가치를 생각했을 때 원금 부담이 미래에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 본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김정현(가명·38세)씨는 연 3.27%의 금리가 적용됐던 대출금 5000만원을 안심전환대출로 변경했다. 늘어난 월부담액은 약 13만원 가량. 김 씨는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시간이 지나면 화폐 가치의 변화로 체감하는 부담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담배값이나 교통비 등 소소한 생활비를 줄이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빚을 갚아나가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안심전환대출로 금융 전반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가계부채 구조를 건전하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상환비율이 느는 것은 크게 보면 우리가 빚을 갚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주택 거래에 실수요가 반영되는 등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구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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