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서 캡사이신 뿌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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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경찰이 16일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캡사이신(capsaicin)'을 뿌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나 눈물이 다 말랐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경찰의 배려 아닌 배려 덕에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캡사이신 최루액을 지나치게 많이 구매해 폐기되는 게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경찰은 이번 기회에 재고를 소진하겠다는 듯이 아낌없이 캡사이신을 뿌렸습니다.
추모의 자리에 등장한 캡사이신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캡사이신은 고추에 들어 있는 성분입니다. 노출되면 격렬하게 열이 나고 통각 신경을 자극해 매운 맛을 느끼게 합니다. 시위 해산용으로 사용되는 캡사이신은 후추와 고추 등에서 추출한 식물 성분으로 구성돼 기존 최루액과 다르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입니다. 경찰이 몸에 좋은 홍삼액 정도를 뿌려주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캡사이신을 맞고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무해하니 걱정 말라는 것은 약 올리는 것 밖에 안 됩니다. 더구나 세월호 유가족에게 캡사이신을 뿌리는 것은 경우도 아니겠죠.
하지만 캡사이신의 효과에 대한 경찰의 믿음은 굳건해 앞으로 집회 현장에서 이 매운맛은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경찰의 캡사이신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바로 2008년 촛불집회 때입니다. 그해 8월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이격용 분사기 개발 및 배포 기획안'에 따르면 식용 캡사이신 성분이 함유된 분사기 개발을 완료했으며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 모두 530정을 보급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최루장비는 1998년 9월 3일 만도기계 공권력 투입 당시 사용된 후 2008년까지 자취를 감췄었습니다. 1999년 경찰이 '무최루탄' 원칙을 밝힌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8년 다시 최루액이 부활한 것입니다.
당시 경찰청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부상을 입는 등 피해가 많이 발생해 시위대와 경찰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개발했다고 설명했지만 최루액 분사기의 부활에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경찰청장이 구내식당에서 풋고추를 먹다가 무릎을 딱 치며 "바로 이거야" 말했을 것 같지는 않고, 이 캡사이신의 정체는 뭘까요.
우선 최루장비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겠습니다. 캡사이신 이전에 독재에 대항하는 시위에서 군중들에게 눈물을 안겼던 것은 'CS최루액'이었습니다. 이 CS는 역사도 깊은데 미국의 과학자 벤 코손(Corson)과 로저 스토턴(Stoughton)이 1928년 만들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성 첫 글자를 따서 CS라고 부릅니다. 베트남 전쟁 때도 사용됐는데 폐는 물론 간과 심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경찰이 물포에 섞어 즐겨 사용했던 이 최루액이 30여년 만에 완전히 퇴출된 때는 2011년입니다.
인체에 유해한 CS최루액 대신 경찰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캡사이신의 사용을 늘렸습니다. 경찰이 쓴다는 인체에 전혀 무해한 천연 캡사이신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통 해외에서 시위 진압용이나 호신용으로 사용되는 캡사이신은 올레오레진캡시컴(Oleoresin Capsicum)이라고 통용되고 있답니다. 올레오레진캡시컴에는 20여종 이상의 고추에서 추출한 100여종 이상의 성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물질이 피부나 눈에 닿으면 고통을 유발하고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장기 손상이나 전반적인 신체 쇠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도 문제겠지만 우선 사용할 때와 하지 말아야할 때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것이 많은 이들의 지적입니다. 해산용으로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면 과거의 CS최루액이나 최루탄과 다를 게 없겠죠. 고추에서 추출했다니 맵지만 몸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만이 차이라면 차이일 겁니다. 시민을 향하는 것인 만큼 안전성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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