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칸토' 수출 현장 가보니
형형색색 줄지어 자동차 전용선에 실려 세계로 수출
현대글로비스, 첫 자동차 전용부두 착공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피칸토는 여행 준비를 마쳤다. 말갛게 씻은 얼굴로 줄을 섰다. 세계인의 발이 될 형형색색 피칸토 수천 대가 배 위에 올랐다. 피칸토 무리는 신호수의 신호에 따라 앞뒤 간격 30㎝, 폭 간격 10㎝로 정렬했다. 바닥에 고정하는 고박작업을 마치자 현대글로비스 센츄리(century)호는 램프(차량 진입 경사로)를 들어올렸다. 피칸토 수출을 위한 대항해가 시작됐다.
15일 찾은 평택당진항 평택국제자동차부두(주)는 수만 대의 피칸토가 나란히 줄을 서서 맞았다.
피칸토는 기아자동차 모닝의 수출 모델을 말한다. 유럽을 비롯한 각 국에서 최고의 소형차로 각광받고 있는 모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피칸토를 비롯한 현대기아차 차량과 폭스바겐, GM, 포드, 르노, 혼다, BMW,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및 중장비 업체의 차량을 세계 각지로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다.
이날은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PCTC, Pure Car and Truck Carrier) 센츄리호가 피칸토와 함께, 포드사의 레인저를 싣고 있었다. 센츄리호는 파나마운하를 건널 수 있는 크기(파나막스형)의 선박으로, 현대차 엑센트 차량 기준 6000대를 한꺼번에 싣고 운반할 수 있다.
김기문 센츄리호 선장은 "차종에 따라 바닥을 들어 올려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며 "포크레인 등 중장비나 시내버스 등 높이 4m 정도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반면 피칸토와 같은 소형차를 싣는 층은 높이를 낮춰 최대한 많은 차량을 실을 수 있게 설계됐다"고 밝혔다.
피칸토 등을 실은 센츄리호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거쳐 머나먼 남미로 떠난다. 칠레, 페루를 거치면서 피칸토를 뿌린 뒤 파나마 운하를 거슬러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에서도 각종 차량을 실은 센츄리호는 중동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다. 4~5개월의 긴 여정이다.
센츄리호에서 평택국제자동차부두(주)를 내려다보니 개미만한 피칸토 무리가 떼를 지어 선적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수출 대동맥의 한 가운데 서 있는 한 기분이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현대글로비스의 첫 자동차선 전용부두 개발현장이 눈에 띄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서 운반선 운영에 있어서는 세계 5위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자동차선 전용부두는 갖추지 못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평택ㆍ당진항 1번 부두를 자동차선 전용 부두로 개발하기 위해 첫 삽을 떴다. 현대 엑센트 기준 8000대(5만t급)를 적재할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PCTC)이 접안 할 수 있는 자동차선 전용부두를 건립하는 게 목적이다. 연간 40만대의 수출입 차량을 처리할 수 있는 크기다.
윤민선 현대글로비스 평택화물사무소 소장은 "예를 들어 생산된 차량을 육상운송을 통해 항만까지 옮기고 이를 다시 배에 싣고 해상 운송을 통해 현지까지 내려놓은 다음 현지 바이어에게 전달하기까지의 물류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일관 물류체제를 통해 해외 유수의 해운 기업보다 더욱 강한 경쟁력으로 우리나라 해운 산업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해상운송의 60%를 담당했던 '유코카캐리어스'와의 계약이 끝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블록딜'을 진행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해상-항만-육상운송으로 이어지는 일관 물류서비스의 완성을 통한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점차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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