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미국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는 검토가 "최종 단계에 들어섰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메이카 및 파나마 순방 계획을 설명하는 전화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명단 제외 시기에 대해서는 "시점을 국무부에서 정하고 대통령이 국무부로부터 제안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사전에 국무부가 최종 검토를 통해 해제 의견을 먼저 백악관에 제출하는 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로즈 부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국무부가 최종 의견을 제출하진 않았지만 최종 절차만 남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해 12월17일 53년 만의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미국은 후속조치로 지난 2월 쿠바와의 무역 및 금융거래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여행 자유화를 확대했다.
쿠바가 "국교 정상화 이전에 테러지원국 해제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 왔지만 미국은 계속 뜸을 들였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도 존 케리 국무장관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 별개 절차를 거쳐 검토할 사안"이라고 버텼다. 미국은 1962년부터 쿠바를 테러지원국에 묶어 두고 각종 제재조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이를 더 이상 미루지 않을 기류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협상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진전된 상태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파나마에서 열리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라틴아메리카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이 회의에 카스트로 의장도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쿠바와의 화해를 위한 상징적 선물로 준비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은 쿠바와 수단, 시리아, 이란 등 4개국뿐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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