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차두리(35·FC서울)가 울었다. 14년 동안 활약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은퇴식을 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 전반 42분을 뛰고 교체된 뒤 하프타임 행사 때 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가 특별 제작한 금색 등번호와 영문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그는 중앙선을 따라 양 옆으로 줄지어 선 동료선수, 코칭스태프, 축구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한 뒤 원 앞에 섰다.
묵묵히 관중들의 함성에 박수를 보내던 그는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 자신의 국가대표 경기 영상과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지켜보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며 북받치는 감정을 억눌렀다. 애써 울음을 멈췄던 그는 꽃다발을 전해주기 위해 그라운드로 걸어나온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62)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또 한 번 굵은 눈물을 흘렸다. 차 전 감독과 포옹하는 순간에는 아버지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한동안 감정을 추슬렀다. 차 전 감독은 미소 띤 얼굴로 아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차두리는 "대표 선수로서 능력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늘 열심히 하려고 했다. 팬들이 그 점을 알아주신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수 있다. 행복한 축구선수로 대표팀을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차두리는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가대표로 데뷔한 뒤 14년 동안 일흔여섯 경기를 뛰며 네 골을 넣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일조했다. 호주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2도움을 올리며 대표팀이 준우승하는데 힘을 보탰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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