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이 이 회사 입장에서 결코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SK텔레콤을 옥죄어오던 '지배적사업자'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요금인가제 폐지 혹은 개선방안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상반기 중으로 요금인가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계획대로 상반기 중에 개선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전병헌·권은희·심재철 의원 등이 발의한 요금인가제 개선 법안들이 계류 중에 있다. 이 법안들은 4월 임시국회나 6월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요금인가제는 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정부가 사전에 심의하는 것으로 통신시장의 대표적인 규제중 하나다. 유선에서는 KT, 무선에서는 SK텔레콤이 요금인가제 대상이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요금을 책정, 이용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요금을 인하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요금인가제의 예외사항으로 두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더 이상 요금 인가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요금인가제가 오히려 활발한 시장 경쟁을 해친다는 것이다. 경쟁사업자들은 당연히 요금인가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2월 공개한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50%대(2014년 1분기 기준)로 OECD 평균 44.1%에 비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은 조사대상국 중 6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2012년 조사에서 네 번째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낮아졌다.
보고서는 "SK텔레콤의 영업이익율이 KT, LG유플러스에 비해 여전히 높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야 한다"면서도 "이동통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통신 요금 인가제를 완화하되, 사후 규제를 통해 경쟁을 저해하는 요금설정과 지배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래부는 KISDI 보고서 등을 토대로 2분기에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통신 업계에서는 요금인가제 개선 방안 논의 및 통신시장 경쟁 촉진 정책 수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확 낮아진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점유율 50%의 벽이 무너진 것은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겠다는 SK텔레콤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무분별한 소모전을 펼치기보다는 내실을 챙기고 규제 부담도 줄이겠다는 경영진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미래부가 발표한 무선통신 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알뜰폰 포함)는 2835만6564명으로 49.6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2년 신세계 통신 합병이후 13년만이다. KT 1743만2306명(점유율 30.49%), LG유플러스 1138만1348명(19.91%)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 6개월간 특별 점검을 통해 장기 미사용 선불 이동전화 등에 대해 45만 회선을 직권해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소모적 경쟁으로 인해 이동통신 산업의 발전 잠재력이 왜곡돼 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동통신 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고객가치 극대화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SK텔레콤이 선도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장동현 사장은 “이동통신산업이 미래 국가 경제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 패러다임 구축이 절실하다”며 “1위 사업자로서의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본원적 경쟁력에 기반한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