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도 종부세 기준 9억원 상향 조정하고 세액공제 적용해달라"
-올해 잔존 규제 폐지와 수요 진작책 마련에 힘쓸 계획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지금 분양시장이 잘 된다고 하는데 좋은 분위기 얼마 못 간다고 봐요. 1년 넘기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의 온기를 이어가려면 남아있는 규제를 풀어줘야죠. 다주택자 중과 개선이 1순위고요.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중과를 풀어야 시장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겁니다."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만난 박창민 한국주택협회장은 올해 주택시장이 '현재로선'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박 회장은 "올해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주택청약제도 개편, 부동산 3법과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본격 시행되면서 주택시장 전망이 상당히 밝다"고 말했다.
비수기인 1~2월의 수치가 최근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은 3만7502건으로 2006년(2만8000여건) 이후 가장 많았다.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그도 그럴것이 박근혜정부 들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부동산·주택시장을 살리겠다며 8번의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제 쓸 만한 카드는 다 썼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만해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담은 9·1 대책, 부동산 3법 국회 통과 등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연이어 나왔다.
이후 어느 정도 주택 매매거래량이 늘고 신규 주택 공급 물량도 많아지면서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건설사들도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다음 달 분양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5만6808가구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다.
그런데도 박 회장이 수백m의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열기가 뜨거운 분양시장에 대해 '시한부'라고 진단한 데는 이유가 있다. 벌써부터 공급 과잉 우려가 솔솔 나오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투기 수요는 어느 정도 웃돈이 붙으면 (주택을) 팔고 나가니 문제"라며 "올해 입주 물량은 괜찮겠지만 올해 분양에 들어가면 2~3년 후 입주할텐데 그 땐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해외 금융시장 불안과 저성장, 가계대출 부담으로 주택 구매력이 약해져있는 데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등 인구구조 변화, 전세에서 월세로의 빠른 전환 등의 변화가 일고 있다"며 "지금의 온기를 유지하려면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철폐와 혁신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택협회의 올해 중점 추진 과제 역시 다주택자 중과 개선이다. 대표적인 다주택자 차별 규제가 종합부동산세다. 현재 재산세와 별개로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 다주택자는 합산 주택가격이 6억원이 넘으면 추가로 종부세를 물어야 한다. 6억원이 넘는 주택을 소유했더라도 1주택자인지 2주택자인지에 따라 종부세 대상이 갈린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다주택자도 1가구 1주택자와 동일하게 과세 기준을 9억원으로 올리고 1가구 1주택에 대한 연령별·보유기간별 세액공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기대와 달리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세제 문제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세제는 국토부가 함부로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유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우리(국토부 주택) 정책에 맞춰서 세제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며 국토부 장관으로서 할 발언이 아니라고 했다.
국회의원 출신인 유 장관은 그동안 서울 송파구를 지역구로 두고 종부세 완화 입장을 견지해왔다. 과거 유 장관의 발언에 미뤄, 세제 완화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던 업계는 "이미 국토부에서 풀 규제는 다 했는데 (세제는 국토부 소관사항이 아니라면) 주택 정책은 하지 말라는 의미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박 회장은 국토부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중산층을 위한 민간 임대주택 '뉴스테이(NEW STAY)'와 관련, 임대사업에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회계기준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사업이 SPC 참여 건설사의 부채로 산정되면 그만큼 모기업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 박 회장은 "임대사업이 건설사의 부채로 잡히면 어떤 건설사가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하려고 하겠느냐"면서 "이 문제가 해결돼야 뉴스테이 사업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