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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백' 정도면 검소? 다이아몬드 반지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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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벤츠 여검사' 무죄 배경 살펴보니…"이전보다 더 많은 경제 지원 받았다고 볼 수 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벤츠 여검사’가 예전에 받았던 수천만원대 명품 선물이 금품수수를 둘러싼 처벌을 면하게 한 배경이 됐다?


황당한 주장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소영)가 12일 이른바 ‘벤츠 여검사’로 불렸던 전 검사 이모(39·여)씨의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배경을 살펴보면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이씨는 검사 시절인 2008년 2월 내연관계였던 최모 변호사로부터 벤츠S클래스 승용차를 제공받았다. 외제승용차 리스 비용을 최 변호사가 부담하는 형식이었다.


최 변호사는 중국의 주상복합시행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동업자인 허모씨와 분쟁이 발생해 2010년 5월 고소했다. 최 변호사는 검사로 있던 이씨에게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청탁했고, 이씨는 사건 담당 검사에게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전했다.

'샤넬 백' 정도면 검소? 다이아몬드 반지도 받아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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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최 변호사로부터 법인 신용카드를 제공받은 시점은 허씨를 처음으로 고소한 시점인 2010년 5월이다. 이씨는 “고소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받은 2010년 9월부터 12월까지 신용카드를 통해 539만원 상당의 샤넬 핸드백, 590만원 상당의 샤넬 의류를 비롯해 호텔 마사지 비용 등으로 모두 2311만원을 사용했다.


현직 검사에게 사건 처리를 잘 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인정됐다. 건네받은 신용카드로 명품 핸드백을 사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도 확인됐다. 벤츠승용차 역시 제공받았다.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는 당연히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1심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과 상고심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황당한 결론을 가능하게 한 배경은 ‘연인관계’였다. 이씨와 최 변호사가 연인관계라는 점에서 수수한 금품은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씨가 받은 금품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은 숨은 배경은 또 있었다. 명품 핸드백을 사도록 신용카드를 제공한 행위만으로도 ‘과한 선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원은 ‘더 과한 선물’을 제공받았던 과거에 주목했다.


한마디로 최 변호사의 사건 청탁과 무관하게 과거에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선물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최 변호사는 2010년 4월 이전에도 부산에 40평대 아파트를 임차해 제공했고, 3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2650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1200만원 상당의 근화 모피롱코트, 450만원 상당의 근화 모피반코트, 379만원 상당의 샤넬핸드백, 600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선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고소사건에 관한 청탁을 받은 이후의 이 사건 신용카드 사용빈도와 금액이 그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거나 청탁 이전에 비해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도 수천만원 상당의 각종 명품을 선물 받은 경험이 있으니 리스한 벤츠승용차를 사용하도록 제공한 점이나 539만원 상당의 샤넬 핸드백을 사도록 신용카드를 제공한 행위는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광철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과거에 비해 과한 선물을 받은 게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과연 검사가 아니었어도 그런 선물을 했을지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벤츠 여검사가 무죄를 확정받았는데 바로 이런 점이 ‘김영란법’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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