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독일)=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지난 9일 오후 3시25분.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4~5시간쯤 지나니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이 삼삼오오 화장실 통로 앞에 모였다. 화장실 줄을 서려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 두 팔과 다리를 쭉 펴고 스트레칭을 하거나 통로 벽에 기대서 허리를 좌우로 흔든다. 아예 통로에서 수 십 분을 서서 가기도 한다. 의자가 180도 뒤로 젖혀지는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타려면 이코노미 보다 평균 3배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를 상당한 부담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차라리 그 돈으로 유럽에서 루이뷔통 가방을 하나 사는 게 덜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루프트한자는 오는 5월 유럽 항공사 최초로 에어버스사의 A380을 한국 노선에 도입하며 전체 좌석 520석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52석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으로 채울 계획이다. 현재 인천-프랑크푸르트 하늘 길을 열고 있는 보잉사의 B747-8이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A380으로 교체되고 기존 32석에 불과했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숫자도 70% 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시도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루프트한자는 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로 승부수를 던졌을까.
장거리를 앉아서 가는데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은 비즈니스석을 타기엔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가격을 조금만 보태면 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검토해볼만 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좌석은 대부분 꽉 찬 상태로 운항되고 있다.
아네트 만 루프트한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총괄 이사는 10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본사에서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좌석의 서비스,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그 사이를 메울 수 있는 좌석에 대한 니즈가 커진 상황"이라면서 "한국을 포함해 루프트한자 전체 장거리 노선에 올해 말까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모두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승객들을 상대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여유로운 좌석 공간을 제공 받았을 때 큰 폭의 만족도 상승이 나타났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에 대한 승객 반응은 굉장히 좋으며 기존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던 승객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루프트한자 전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고객 중 65%는 기존 루프트한자 이코노미석 고객이 이동한 경우다. 약 30%를 신규 고객이 채우고 있으며 5%는 기존 루프트한자 비즈니스 고객이 차지하고 있다. 즉, 항공사 수익성 측면에서 봤을 때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도입은 비즈니스 승객을 빼앗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의 가장 큰 장점은 이코노미석과 비교 시 전반적으로 공간이 50% 더 넓다는 점이다. 기존 이코노미석 이용시 좌석 간격이 좁아 나도 모르게 앞좌석을 발로 툭툭 치게 되거나 불편한 자세 유지로 다리가 저리는 현상이 없었다. 좌석 가로 폭도 넓어 옆 사람과 팔이 부딪히는 일도 없었다.
이코노미석의 두 배인 23kg짜리 가방 두 개가 무료 수하물로 적용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기그릇에 제공되는 기내식은 더 따뜻하게 느껴졌고 칫솔, 양말 등이 들어 있는 여행용품 세트로 편안함을 누릴 수 있었다. 이코노미 좌석 표를 끊을 때 보다 편도 기준 약 300유로를 더 내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이용이 가능하다.
현재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은 항공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루프트한자 외에도 영국 브리티시항공, 에어프랑스, 뉴질랜드 항공, 홍콩 캐세이 퍼시픽 등 외국계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하고 이를 확대하는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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