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미동맹 큰 영향 없어…정서적 우호 강화 될수도"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사상 초유의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국 외교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돌발 악재가 한미관계는 물론 한·미·일 3각 외교에서 우리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볼 때 이번 사건으로 굳건했던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개별적인 외교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번 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굳건한 동맹관계를 강조하며 사태의 불필요한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가 향후 한미동맹의 향방을 좌우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대미 '부채의식' 입지 좁아지나=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환경을 보면 우선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한·미·중 3국 간 미묘한 기류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간 체결한 '정보공유 약정'은 한반도 문제에 미국 개입을 촉진하고 미일 간 군사적 공유체계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최근 파장을 일으킨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를 덮고 가자'는 발언으로 미국이 일본 편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한미 양국이 미국의 기본입장이 변함없다고 확인한 바 있다.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 의회에서 연설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미·일 간 우호관계를 과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이 미국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으로 남는다면 향후 대미·대일 외교에서 활동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이번 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에 빚 아닌 빚을 지게 됐다"며 "워싱턴에서 (과거사 관련) 일본과의 외교대결에 있어 일본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도 "일본의 로비는 아주 끈질기게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에서의 로비전에서 한국이 좀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드 배치 등에서 우리가 미국을 견제해야 하는데 오히려 앞으로 미국에게 우호관계를 확인시켜 줄 행동을 해야 하므로 대미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서적 우호 강화 계기 될 수도= 당국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이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결론난다면 한미동맹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당국도 테러(terror)가 아니라 폭력(violence)라는 표현을 주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한 개인의 돌발행동이라면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라며 "한국에 대한 인상이나 이미지에서는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관계가 테러로 인해 악화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남다른 한국사랑을 보여왔다. 그는 부임 이후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활발하게 소식을 전하며 친근한 아저씨 이미지로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한국과 혈연적으로 연결된 전임 성 김 대사와 비교해 '소프트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수술 후 안정을 취하면서 "한미동맹의 진전을 위해 최대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이라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대인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경호가 강화되는 만큼 기존과 같은 친밀한 접촉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외교관으로서 아픈 순간까지도 공공외교를 해나가는 걸 보면 국내에서는 오히려 한미 간 우호적인 분위기는 강화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정서적으로 돈독해지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오히려 좋은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사건의 진상을 잘 규명하고 처리하면 이 상황으로 한미관계가 악화되거나 하지 않고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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