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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으라" 웬만한 위기론 신치용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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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남자 프로배구는 올해도 삼성화재 천하다. 삼성화재는 지난 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V리그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겨 세 경기를 남기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005년 프로출범 이후 통산 일곱 번째이자 2011년부터 4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통산 아홉 번째 우승을 향한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도 따냈다. 1995년 11월 팀을 꾸려 창단 2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삼성화재는 실업배구 시절을 더해 모두 열아홉 차례 결승에 올랐다. 이 가운데 두 번(2005-2006, 2006-2007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일궈냈다. 경쟁 팀의 숱한 도전에도 정상을 지켜낸 중심에는 단일 팀 최장수 사령탑으로 20년 째 팀을 지휘한 '우승청부사' 신치용 감독(60)이 있다.


◆ 전승불복(戰勝不復)=신 감독은 늘 위기를 말한다. 우승보다 더 어려운 것이 정상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전쟁의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사자성어를 가슴에 품고 팀이 한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수단을 자극한다. 배구단의 성공 사례는 끊임없는 '위기론'으로 구성원을 채찍질하는 삼성의 기업문화와 맞닿아있다. 신 감독은 "전술과 전략은 두렵지 않다. 기본만 충실히 지키면 팀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기본이란 버티는 힘이다. "우리가 잘해서 이기는 경기는 많지 않아요. 상대가 잘하는 플레이를 차단하고 실수할 때까지 버티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주축 선수들이 은퇴와 이적 등으로 팀을 떠나고, 매년 드래프트에서 후순위 지명권을 얻어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뽑지 못하지만 1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높다는 이른바 '몰빵 배구'에 대한 지적에도 그는 단호하게 반박한다. "패를 보여줘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 아닐까요? 배구는 전술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 타협은 없다=신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훈련과 팀 운영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대로 선수단을 관리한다. '분업 배구'도 그 중 하나다. 구단을 움직이는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한다. "창단하고 얼마 되지 않아 사무국에서 선수단 운영에 간섭을 많이 하더군요. 잦은 마찰을 참다못해 단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찾아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각 파트의 역할을 침범하지 않기로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지금도 그 원칙은 어느 구단보다 잘 지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삼성화재는 경기를 제외하고는 구단 임원진이나 사무국 직원들이 훈련장을 찾지 않는다. 신 감독도 지원과 구단 관리 등 프런트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 "당연한 원칙이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는 구단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각자 영역에서 제 임무를 다할 때 강한 팀이 완성됩니다."


◆ 선수를 두려워하라=선수들에 대한 신 감독의 요구사항은 까다롭다. 탄산음료와 피자, 치킨 등 열량 높은 간식을 금한다. 오전 6시부터 시작하는 팀 훈련은 몸무게를 재는 일부터 출발한다. 일부 선수들끼리 친분을 유지하거나 아내와 부모님 등 가족들끼리 가까이 어울리는 것도 통제한다. 사적인 만남이나 모임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20년 동안 우리 집에 찾아오거나 개인적으로 식사를 한 선수가 없었어요." 그는 팀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솔선수범으로 선수들이 따라오게 한다.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오는 것은 물론 가끔 즐기는 골프도 시즌이 시작하면 손을 대지 않는다. "팀을 위한 일이라면 선수와 절대 타협하지 않습니다. 의심할만한 행동을 하거나 불미스런 일로 신뢰를 잃어서도 안 됩니다." 그는 고된 여정과 인내에 대한 보상은 우승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팀이 이기고 정상에 오르면 감독과 선수들의 신뢰는 자연스레 돈독해집니다. 가장 많이 결승에 진출하고 우승하면서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를 믿어라.' 감독을 20년쯤 하다 보니 확신이 생깁디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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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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