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보수 격차 10년래 최저…주니어 뱅커들 이탈 가시화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자산운용사가 투자은행(IB)을 제치고 '꿈의 직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의 보수가 처음으로 IB 업계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 부문 싱크탱크 뉴 파이낸셜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들의 1인당 연평균 보수는 지난 2006년~2014년 사이 22% 늘어난 26만3000달러(약 2억8806만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IB에서 일하는 뱅커들의 보수는 25% 줄어든 28만8000달러로 집계됐다. 두 업계 사이의 보수 격차가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좁혀진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자산운용 업계의 보수가 IB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FT의 예상이다.
꾸준히 늘던 뱅커들의 연봉이 꺾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가 계기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란이 확산되면서 크고 작은 금융권 규제안이 도입됐다. 월스트리트 개혁을 목표로 지난 2010년 도입된 '도드·프랭크법'이 좋은 예다. 이 법은 투자은행의 자기 자본 투자를 제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B들은 금리조작과 불법채용, 원자재 가격 조작 등으로 수백억 달러대의 벌금도 내야 했다.
수익성 악화는 직원들의 보수 축소로 이어진다. 5년 전 IB 매출의 절반을 넘었던 직원 보수 비중은 최근 40%로 줄었다.
역설적으로 금융위기는 자산운용 업계의 호황에 기여 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전 세계 증시를 끌어 올린 데다 자산 운용 규모가 늘어나며 자산운용회사들의 수수료 수입도 크게 늘었다.
2008~2009년 2년 연속 줄었던 펀드매니저들의 연평균 보수는 2010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기준 전 세계 18대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 규모는 14조달러(1경5323조원)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IB를 그만두고 자산운용사로 재취업하는 뱅커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영국 채용 정보회사 페이지그룹의 앤드류 브리치 글로벌 뱅킹 및 자산운용 부문 책임자는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낮은 직급의 업무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이 은행에서 많이 이탈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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