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주 1주당 배당금 기존 1950원에서 3000원으로 54% 확대 결정, 총 배당금 1000억원 확대
현대차, 기아차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불구 사실상 주가방어 실패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기아차에 이어 배당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앞서 꺼내든 회사ㆍ임원 자사주 매입, 배당확대 등 주주 달래기 카드가 사실상 주가 방어 실패로 이어진 후 나온 조치다. 향후 현대차그룹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9일 금융감독원 및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다음달 1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1주에 대한 배당금을 기존 1950원에서 3000원으로 54% 확대하기로 했다. 종류주인 우선주 배당금 등을 포함한 총 배당금은 전년 보다 1000억원 많은 2866억2400만원이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주당배당금은 2010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모비스는 2010년 주당 1500원을 배당한 후 2011년 1750원, 2012년 1900원으로 배당금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업계에선 현대모비스의 이번 배당 확대 정책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그룹 차원의 주가방어 목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다. 지난해 9월 한전부지 매입 결정에 따른 주가 급락 후 여러 가지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았던 현대차, 기아차가 사실상 주가방어에 실패한 점도 현대모비스 배당 확대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한전부지 매입 결정 이전 수준으로 현대모비스 주가가 회복될 경우 현대차, 기아차에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23만6500원으로 한전부지 매입 결정 직후인 지난해 9월19일 25만3000원 대비 6.52%포인트 하락한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배당 확대, 임원 및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 결정 후 그동안 현대모비스도 배당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현대기아차가 사실상 주가방어에 실패하면서 현대모비스의 이번 배당 확대 정책이 그룹 포트폴리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4년 결산에서 전년 대비 각각 54%, 43% 배당을 확대하기로 한 현대차, 기아차는 여전히 주가가 한전부지 매입 결정 전 주가에 못 미치고 있다. 양사 모두 임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직접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향세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11월12일부터 2월3일까지 보통주만 3771억2900만원어치 매입했다. 우선주를 포함할 경우 총 4500억원 규모다. 주주친화 처방전에도 현대차 주가는 16만원선이 붕괴된 상태다. 한전부지 매입 직후인 지난해 9월19일과 비교할 때 지난 9일 종가는 19.23%포인트 빠진 상태다. 해당 기간 기아차 주가 하락률은 21.31%포인트다.
현대모비스의 배당 확대 결정이 현대기아차와 달리 주가방어에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환율변동 및 내수시장 수입차 점유율 확대 등의 여파에서 완성차 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동차 부품업체로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한전부지 매입 결정에 따른 자금 부담, 내수시장 점유율 감소, 해외시장 경쟁 격화 등의 악재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지배하고 있다"며 "반면 제품 수요 포트폴리오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실적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 배당 확대 정책 효과가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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