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귀금속 투자의 엇갈린 명암
골드바, 가격 저점에 경기불황 투자처 각광…4대 은행 전영업점서 판매
실버바, 부피 대비 가치 안높아 외면…산업재 특성상 '경기 부침' 심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금(金)'이 불황 속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같은 귀금속 투자재인 '은(銀)'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1년 전 시중은행에서 실버바 판매가 허용됐지만, 은행도 투자자도 '은 투자'를 반기지 않은 결과다. 은행의 수익원 다양화와 중산층의 귀금속 투자를 유도하려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빗나간 셈이다.
6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신한·우리·KB국민·하나은행 등 4대 은행 전 영업점에서 골드바가 판매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2003년 가장 먼저 전 영업점에서 골드바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우리은행이 2013년 8월,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하나은행이 지난 1월 중순 뒤를 이었다. 경기불황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이 가격 저점을 형성하면서 적절한 투자처로 각광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을 판매하는 곳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두 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적극적인 홍보없이 문의를 해오는 고객에 한해 예약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수익원 확대를 위해 실버바 판매가 가능하도록 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은 투자가 투자자들에게 익숙지 않은데다, 부피 대비 가치도 높지 않아 실물 투자처로는 크게 매력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게다가 지난해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가 '은 소매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금융권에 전달하는 등 골목 상권 침해 논란도 은행에는 부담이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기는 민감한 부분이 많다"며 "무리해서 홍보를 할 만큼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골드바와 실버바 판매량 증가 폭도 큰 차이를 보였다. 귀금속 도매상과 은행권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의 실버바 판매량은 지난해 8570kg으로 전년 1만205kg에 비해 약 16%(1635kg) 줄었지만, 골드바는 704kg에서 1383kg으로 96%(679kg)가량 늘었다.
월 판매량 증가 폭도 크게 비교됐다. 지난해 12월 실버바는 1050kg이 팔려 전월(910kg)보다 15%(140kg)느는데 그쳤지만, 골드바는 11월 137kg에서 12월 381kg으로 178%(244kg) 증가했다. 특히 은의 경우 지난해 총 유통량은 6만7180kg으로 실버바로 쓰인 양은 12.7%에 불과했다.
당초 실버바의 가격이 골드바의 70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지난해 가격저점을 형성하는 시점에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공업용 수요가 많은 산업재의 특성상 경기 불황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쉘즈 실버 트러스트(iShares Silver Trust)'의 거래량은 올 들어 76t가량 줄어든 반면, 대표적인 금 EFT인 '스파이더 골드 ETF(SPDR GOLD SHARES)'는 약 46t 늘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과장은 "은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라 확실히 부침이 심하다"며 "지금처럼 경기 불황인 상황에서는 상승 폭은 적고 하락 폭은 크게 나타나 투자전망 자체가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