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매는 일단 주춤…관망 모드로
스위스프랑과 함께 '안전자산' 상승세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서울 종로3가 일대 귀금속 상가에서 지난 20일 만난 상인들은 입을 모아 "지난해부터 살 맛이 난다"고 했다. 몇 해전 경기침체로 존폐를 논하다 저금리 기조에 '금(金)'이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 일대 분위기는 활기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금값 급등으로 인기는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금은방 안은 결혼 시즌을 앞두고 예물을 맞추러 온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한산했다.
A귀금속 가게 점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5돈(1돈=3.75g)짜리 여성 순금팔지, 3돈짜리 남성 반지가 인기가 많았는데 최근 며칠은 좀 다르다. 값이 크게 오른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에 워낙 쌌던 터라 괜히 비싸게 주는 것 아닌가 싶어 구매를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3.75g당 17만3000원이었던 금시세는 20일 18만2500원까지 올랐다. 6일만에 5%나 오른 셈이다. 이 급등세를 장기적 상승흐름인지, 일시적 상승인지 지켜보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금값이 실시간으로 심하게 변동을 보이는 것도 소비자들이 쉽게 금을 구입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B귀금속 가게 사장은 "오늘 오후들어 두 시간만에 한돈당 1000원이 올랐다. 오를 때는 이렇게 급하게 오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관망세는 시중은행과 소매 상점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판매량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이 100kg을 넘어섰고 12월에는 381kg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일 기준 1월 판매량은 117kg으로 다소 줄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영업이사는 "지난해 까지는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이달들어 조금 주춤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값은 15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1유로당 1.20스위스프랑 최저환율제를 폐지하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스위스프랑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이 동반 상승세를 탔다.
이주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위스프랑의 최저선이 풀린 것은 글로벌 유동성 측면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금값까지 연결됐다"며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되니까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2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QE)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도 스위스프랑에 이어 금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김중석 외환은행 수석딜러는 "ECB가 50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통화공급이 늘면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실물가치는 높아진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여전히 추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금값 반등을 두고서는 장기적인 상승세로 돌입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부터 시작됐던 금 열풍 역시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1년 금값이 한돈당 20만원 중반대를 형성했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상당한 차익을 얻을 수 있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금값이 지난해 최저치에서 15% 이상 상승하면 골드바를 비롯한 금상품의 되팔기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10%, 유통마진이 5% 가량으로 이 이상을 넘어서면 차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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