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지난해 9월 유럽 전시회에서 불거진 세탁기 손괴 사건과 관련, 삼성전자가 LG전자 조성진 사장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삼성 측은 사건의 책임이 LG전자에게 있고, 이를 인정한다면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변호인은 지난주 만나 사건 해결을 위한 합의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양측 변호인을 불러 합의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삼성전자 변호인은 "LG전자 측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합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삼성이 사실관계와는 다른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협상은 일단 결렬됐다.
합의가 결렬되면 검찰의 후속조치가 따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형사사건인 만큼, CCTV와 이메일, 문자 자료 등을 바탕으로 검찰이 기소 여부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검찰은 국내 경쟁사들끼리 세탁기 파손 문제로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를 국력 낭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를 뒤늦게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양측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계속 협의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세탁기 손괴 사건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14 개막 직전 조성진 사장이 베를린 시내 가전 양판점에서 삼성전자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도어 힌지(경첩) 부분을 고의로 파손했다며 삼성전자가 고소,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G전자 조성진 사장 등을 재물손괴와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LG전자는 이에 맞서 작년 12월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LG전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연말 조 사장을 소환해 15시간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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