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강하늘이 영화 '순수의 시대'를 통해 비열함의 끝을 보여줄 전망이다. 왕의 부마지만 그 누구도 될 수 없었던 진으로 변신한 그의 색다른 모습이 놀랍다.
오는 3월 개봉되는 '순수의 시대'는 조선 개국 7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역사에 기록된 1398년, 역사가 감추고자 했던 핏빛 기록을 담은 영화다.
앞서 1차 예고편 공개 이후, 영화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강하늘의 스틸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강하늘이 연기한 캐릭터 진은 정도전의 외손자이자 왕의 총애를 받는 장군 김민재(신하균 분)의 아들이자 태조 이성계의 부마로 왕의 사위라는 자유롭지 못한 위치 속에서 그저 쾌락만을 쫓는 인물이다.
공주의 남편이자 왕의 사위인 부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만한 최고의 권력을 가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왕족과 그 친인척의 정치 개입을 우려해 부마의 공적 활동이 금지 되었던 당시의 정책으로 인해 애초부터 관직을 넘볼 수조차 없었다.
또 평생 첩을 취하거나 기생집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어 남자로서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이 억압된 삶을 살아야 했다. 전군 총사령관인 판의흥 삼군부사 아버지 김민재와 조선 개국의 1등 공신으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할아버지 정도전의 아래 무력한 아들로, 가문의 뜻에 따라 원치도 않는 부마 자리에 앉게 된 진은 아무런 뜻도 펼치지 못한 채 삐뚤어진 방식으로 자신만의 욕망을 표출한다.
강하늘은 대본 상으로 평범해 보이는 캐릭터에게조차 별도의 매력을 덧붙여 시청자 혹은 관객에게 선 보인 바 있다. 이기적이고 스펙 좋은 전형적인 명문대 출신 범생에 머물 수 있었던 '미생'의 장백기를 자신을 넘어 동료를 돌아볼 줄 아는 사려 깊은 인물로 성장시켰고, 로맨스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법조계 명문 가문의 주어진 길을 쫓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캐릭터를 속 깊게 보여줬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아온 강하늘은 '순수의 시대'를 통해 그 동안의 반듯한 이미지를 벗고내재돼 있었던 또 다른 얼굴인 비열함을 섹시하게 발산한다.
강하늘은 "진이라는 캐릭터 안에는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 안의 콤플렉스나 열등감을 표현하고 싶었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제 자신의 어두운 면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여서 좋았다. 욕심이 있었던 캐릭터였다"고 밝혔다.
안상훈 감독은 "어린 나이에 하기 힘든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악인의 모습을 깊이 있게 표현해줘서 개인적으로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늘의 연기를 칭찬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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