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용인)=이영규 기자] 평일 200~300명이 찾는 지역 축제에 도지사 시책추진비 2억5000만원이 투입됐다면 도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경기도가 대표적 전시성 축제로 평가되는 행사에 도민혈세 2억5000만원을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다.
28일 경기도와 용인시 등에 따르면 용인시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올해 1월6일까지 2주간 시청 앞 광장에서 '등빛축제'를 개최했다. 용인시는 이 행사를 개최하면서 경비 일체를 경기도로부터 시책추진비 형태로 지원받았다.
용인시 관계자는 "용인지역에 딱히 겨울 관련 축제가 없어 지난해 경기도에 시책추진비 2억5000만원을 요청했는데, 아무 문제없이 전액 지원을 받아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도는 용인시로부터 시책추진비 신청을 받고, 이희원 예산담당관과 황성태 기획조정실장 등 결제 라인을 거쳤다. 이어 남경필 지사가 최종 지원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 부시장과 남 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막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올해 처음 열린 전시성 축제에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됐고, 이에 비해 행사장을 찾은 시민은 평일 200~300명, 주말 1500~2000명에 그쳤다는 점이다.
행사를 주최한 용인시는 2주간 2만여명이 다녀갔다며 성공적 행사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지역 매체들은 이번 행사가 예산투입에 비해 관람객이 적은 대표적 전시행사였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도의 시책추진비 지원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ㆍ군에서 시책추진비를 요청하면 특별히 지원되지 않을 사유가 없는 한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시책추진비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수원공군기지에서 열린 '경기항공전' 역시 시책추진비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도는 경기항공전 공동개최 시·군을 찾았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이에 경기도는 수원시에 시책추진비를 내려보냈고, 어렵게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 당시 행사 예산은 10억원 안팎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경기항공전은 개최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 경기도의회가 이 행사와 관련, 전시성 축제라며 한 푼도 예산을 세우지 않아서다.
일부에서는 남 지사가 '재정상황이 심각하다'며 국비 확보를 위해 국회와 정부 부처를 찾아다니면서도 정작 도민 혈세인 시책추진비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은 채 '펑펑' 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원에 사는 최모(60) 씨는 "시책추진비는 과거부터 도지사의 쌈짓돈으로 생각돼 왔다"며 "용인 등빛축제를 보면 밀실에서 몇몇 사람이 지원금을 결정하고, (시책추진비가)지원된 뒤에는 사후점검도 손놓아 그 야말로 눈먼 돈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지사 시책추진비는 올해부터 '특별조정교부금'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원 분야도 과거 시책추진비 때보다 구체화됐다. 경기도의 지난해 시책추진비는 2400억원이었다.
한편, 남 지사는 올해부터 한목에 10억~20억원씩 대형사업에 지원하는 '특별조정교부금 오디션'을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마저도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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