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했다. 정 장관은 어제 오전에 보도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추진했지만 무산된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에 대해 "올해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결심을 받아냈다" "내가 십자가를 지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래 놓고 어제 밤늦게는 행자부 실무직원으로 하여금 "올해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일부 언론에 보내게 했다. 이 설명자료에서 행자부는 심지어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되더라도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했다.
언론을 통해 같은 날 아침과 밤에 상반되는 말을 전해 들은 국민은 헷갈린다. 어쩌겠다는 것인가? 조욱형 행자부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정 장관의 입장이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언론 탓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눙칠 일이 아니다. "정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요구하면 추진한다는 입장이 강한데, 인터뷰에서는 추진한다는 점에 방점을 둔 것 같다"는 조 대변인의 부연설명은 하나마나한 얘기다. 재정이 쪼들리는 지자체들은 모두 다 지난해나 올해나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추측컨대 정 장관이 여론을 떠보려고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거나, 정 장관이 소신을 밝혔지만 청와대나 새누리당 쪽에서 질책을 받고 몸을 다시 움츠린 것이 아닌가 싶다. 어느 쪽이든 행자부 장관이라는 직책에 걸맞은 태도가 아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연말정산 과정에서 '13월의 세금폭탄'을 확인한 봉급생활자들의 분노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서민증세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와 여당이 부랴부랴 소급입법까지 불사하며 봉급생활자 세금부담을 다시 줄이겠다고 약속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행자부 장관이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거론하고 나섰다면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소신대로 밀고나가든가, 그게 여의치 않으면 자리를 내놓을 생각도 해야 한다.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여서 주민세 인상을 서민증세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해놓고 뒤늦게 실무직원을 통해 "와전됐다"고 한 것은 비겁하다. 정 장관이 직접 나서 입장을 분명히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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