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이 통화 양적완화에 뛰어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어제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1년7개월 동안 1조1400억유로의 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돈으로 무려 1435조원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큰 규모다. 이에 자극받아 어제 미국 다우지수가 1.5% 오르는 등 전 세계 주가가 급등했다. 시장은 ECB의 디플레이션 퇴치 의지가 확인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양적완화 개시는 사실상 예고됐던 것이어서 당장은 세계 금융시장에 큰 교란요인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10월 양적완화를 종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유럽이 양적완화에 나섬으로써 통화 간 환율 등 글로벌 시장변수들의 또 한 차례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길게 보면 이런 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
ECB의 이번 조치를 앞두고 최근 스위스는 최저환율제를 폐지했고, 어제 덴마크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속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은 ECB 양적완화의 파급영향이 의외로 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유로존에 인접한 주변 국가들에서 시작된 이런 파장은 앞으로 시차를 두고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이 예상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물론 신흥국들까지 경쟁적으로 환율절하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ECB의 조치와 관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각국 통화정책의 방향이 달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 여부에 따라 충격이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 말한 대로 경계심을 갖고 향후 파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
근본적인 대응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를 서두르는 것이다. 특히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거나 적자재정을 방치해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은 수출 지원보다는 국내 소비와 투자 촉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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