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공판, 국보법은 유죄인데 내란음모는 무죄인 이유 들어보니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국가보안법 위반은 유죄,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의원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22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처럼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130여명이 참석한 회합에서 이석기, 김홍열 피고인은 주요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선전전, 정보전 등 실행 행위를 목적으로 발언했다"며 "이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회합 참석자들에게 특정 정세를 전쟁 상황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 내란의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충분했다"며 "내란선동은 유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들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이석기 피고인의 발언에 호응해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하기는 했으나 내란의 실행행위로 나아가겠다는 합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지하혁명조직 RO가 존재하고 회합 참석자들이 RO의 구성원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RO는 사건 제보자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죄에 관해 단순히 의견을 교환한 경우까지 실행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음모죄가 성립한다고 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사상·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 전원합의체 대법관 13명 중 이인복·이상훈·김신 대법관은 "이석기 피고인 등이 선동한 것은 국지적 파괴행위일 뿐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내란선동 유죄 판결에 반대했다.
또, 신영철·민일영·고영한·김창석 대법관은 "피고인들이 구체적 공격 대상과 목표에 관해 합의하지 못했더라도 체제 전복을 위한 폭동으로 나아가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며 내란음모 무죄 판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이석기 전 의원과 함께 기소된 이상호, 홍순석, 한동근 피고인 등 옛 통진당 핵심 당원들에게도 원심처럼 징역 3∼5년과 자격정지 2∼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관해 "대법원이 사실상 최초로 형법상 내란선동죄와 내란음모죄의 성립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은 지지자들의 고성과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 이석기 전 의원은 눈물바다가 된 방청석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앞서 이석기 전 의원은 지하혁명조직 RO의 총책으로서 북한의 대남 혁명론에 동조하면서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행위를 모의한 혐의로 지난 2013년 9월 구속 기소됐다. 수원지법은 이석기 전 의원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이어 서울고법은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이석기,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함" "이석기, 그래도 헌재보단 낫다" "이석기, 내란음모는 무죄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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