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과 화제 몰고 다니는 감독
'국제시장', 오늘 '해운대' 넘는다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이 1천만 관객 돌파에 이어 역대 흥행 7위의 전작 '해운대'를 뛰어넘게 됐다. 영화계는 물론 전 국민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그는 '쌍천만' 감독이 됐을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20일 하루 전국 691개 스크린에서 10만 6184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1131만 5522명이다.
현재 '국제시장'이 관객을 동원하는 속도로 볼 때 21일, 가뿐하게 '해운대'(1132만 4433명)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역대 흥행 6위의 영화 '변호인'(1137만 5954명)도 넘을 것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전망이다.
휴먼 드라마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18만 4972)를 기록하며 화려한 출발을 한 '국제시장'은 그동안 많은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개봉 이후 방송인, 정치인들이 가세해 영화를 비판하면서 더욱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고, 오히려 관객수를 증폭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국제시장'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덕수(황정민 분)를 통해 그 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각에서는 쓰디쓴 과거를 미화시키고 현대사를 제대로 그려내지 않았다며 질책했지만, 이와 관계없이 많은 관객들은 주인공 덕수에게 깊이 공감하고 안타까워했다. 윤제균 감독은 일부러 정치색을 걷어내고 어려운 시절을 겪어온 자신의 아버지 세대의 '삶'에만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는 '편 가르기'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5년 전, '해운대'를 연출했던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다.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대형 쓰나미를 그려내면서 거액의 제작비를 들였고, 작품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긴장감과 감동을 선사하면서 1천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천만 영화'가 흔해진 요즘과 달리 당시에는 천만 고지를 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관객들은 이러저러한 의견들을 내놓으며 부딪히기 시작했다. 점화된 논란은 '해운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1천만 관객을 동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여기엔 감독의 신선한 도전, 섬세한 CG 기술,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가 있었다.
사실 데뷔 초부터 윤제균 감독은 늘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녔다. '국제시장' 개봉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윤 감독은 과거 코미디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일부 '무시하는 시선'이 있었고, 스트레스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더 힘든데 코미디 영화를 무시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한 그는 늘 '전작보다 나은'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윤제균 감독은 자신의 인생 최고 흥행작이 될 수도 있었던 '해운대'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그의 노력이 아마도 흥행의 비결이 아닐까. 또 어떠한 논란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배짱 역시 윤제균 감독이 가진 강점(强點)임이 확실하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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