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가 조심스럽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왕성한 행보에 나설 경우 자칫 이재용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19일 이 부회장이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삼성그룹 신임 임원들과 만찬을 함께 한 것과 관련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임원 240명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자리로 그동안 이 회장이 주재해왔지만 올해는 이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이 부회장의 주재가 아닌 편한 식사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는 건배사를 했지만 올해는 건배사 대신 격려사를 했다. 이 부회장은 "작년 한해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내서 임원 승진을 하신 여러분은 정말 능력있는 인재들이다"며 "올해도 더 열심히 도전하자"고 격려했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올초 삼성전자 시무식에는 참석했지만 신년사는 권오현 부회장이 대신했다. 신년 하례식 등 그룹 차원의 대규모 행사는 모두 축소했다.
한편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만찬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이상훈 사장 등 삼성전자 등기이사 4명을 포함한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각 테이블에 배석해 신임 임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선배로서 덕담을 건넸다.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만찬 후에는 신임 임원들에게 신라호텔 1박 숙박권과 이 회장 명의의 '론진' 부부 커플 시계를 전했다. 건배주로는 전통주인 복분자가 올랐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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