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검찰이 사채업자로부터 수억원대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직 판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일명 '명동 사채왕' 최모(61·구속기소)씨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도권 지방법원에 근무 중인 최모 판사(43)를 지난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해 4월 검찰은 최 판사가 2008∼2009년 전세자금과 주식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6억원대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조사에서 최 판사는 동향 출신의 다른 재력가로부터 전세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빌렸다가 6개월 뒤 갚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개월간 진행한 수사를 통해 최 판사에게 건네진 전세자금의 출처가 최씨라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판사가 뒷돈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금전거래를 가장한 뒤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출석한 최 판사를 상대로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한편, 그가 최씨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최씨의 전 내연녀를 불러 대질조사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공갈·사기·협박, 변호사법 위반과 마약 등의 혐의로 구속돼 2년 9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사기도박단 운영 등에 연루된 혐의도 추가로 포착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판사가 검사 신분이던 2008년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동향출신의 최씨를 알게 된 후 판사로 전직한 뒤에도 친분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판사가 수수한 돈의 성격과 규모 등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인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씨로부터 사건 무마나 축소 등의 청탁을 받고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챙긴 검찰 수사관 3명에 대해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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