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LG그룹이 관계사였던 종합물류회사 범한판토스 인수에 나섰다.
물류업계는 이번 인수전으로 대기업의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했다.
LG상사 관계자는 "범한판토스 인수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가격 등 거래조건을 계속 협상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 작업은 범한판토스에서 레드캡투어를 떼어내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레드캡투어는 최대주주인 범한판토스가 지분 대부분(309만주·35.9%)을 시간외 거래로 조원희 범한판토스 회장에게 넘겼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레드캡투어는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아들인 구본호씨가 최대주주(38.4%)로 등극했다.
조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故) 구정회씨의 3남 고 구자현씨의 부인이다. 그와 그의 아들인 구본호씨는 각각 50.9%, 46.1%의 범한판토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G상사가 조 회장과 그의 아들로부터 범한판토스를 지분을 넘겨받으면 두 사람은 레드캡투어만 운영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범한판토스는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LG그룹 내 계열사들의 물량으로 매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범한판토스의 매출액 2조417억원(2013년 기준) 중 1조원 이상이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 물량으로 추산한다.
LG그룹은 2003년 설립한 하이로지스틱스에 국내 물류를, 범한판토스에 국제물류를 전담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LG그룹이 범한판토스를 인수한다면 향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그간 범한판토스는 LG그룹과 지분이 섞이지 않은 관계사로서 '일감몰아주기 논란과는 관계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LG그룹의 범한판토스 인수는 정부시책에 역행하는 '일감몰아주기'"라며 "LG 측이 논란을 불식시킬만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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