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불법개조·노후화·정비불량이 원인인가 물어보니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지난 10일 130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화재사고의 발화원으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4륜 오토바이가 지목되고 있다. 소유자의 실화(失火)보다는 오토바이의 자체의 이상ㆍ결함이 화재의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수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토바이에서 불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CCTV 확인결과 오토바이서 '섬광' 후 화재=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경기도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은 1층 주차장에 주차된 김모(55)씨의 4륜 오토바이였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김씨는 이날 오전 9시13분께 오토바이를 세우고 만진 뒤 아파트로 올라갔다. 영상에는 김씨가 올라간 뒤 약 1~2분 후에 '섬광'이 발생하면서 불이 급격하게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상에는 김씨나 다른 인물이 직접 불을 붙이는 모습 등이 확인되지 않아 방화(放火)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오토바이의 엔진과열, 배터리 배선 과열, 합선 등 이상징후에 따른 화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토바이 불법개조가 원인인가=전문가들은 먼저 오토바이 내부의 합선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인으로 LED등 장착 등 개조를 꼽았다. LED등 개조는 오토바이의 외관을 돋보이게 하려 할 때 흔히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수리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섬광이 일어난 4륜 구동 오토바이의 경우 LED등으로 개조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서울 중구에서 오토바이 공업사를 운영하는 김관성(46)씨는 "4륜 구동 오토바이의 경우 일반 2륜 오토바이와 달리 미관이나 취미를 위해 개조하는 일이 거의 없을 뿐더러, 개조한다고 해도 주로 경적소리를 크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같은 개조는 오토바이 배터리와 무관해 고장이 나더라도 소리가 멈추지 않는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평소 거동이 불편해 오토바이를 출퇴근용으로 사용했던 김씨가 LED등 개조작업을 했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안장' 부분에 열선(熱線)을 설치하는 개조작업도 원인이 됐을 수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오토바이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박모(39)씨는 "안장부분이나 손잡이에 열선을 설치하는 이용자도 있다"며 "작업이 세밀하지 못할 경우 합선될 수 있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차체의 '노후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오토바이가 노후화 될 경우 정비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면 전선이 마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선 마모로 생긴 스파크(Spark)가 누유된 연료와 닿으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 김씨가 사용한 오토바이는 2000~2005년께 제작돼 차령이 약 10~15년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고 오토바이를 두달여 전 중고로 구매했다. 박씨는 "차체가 오래됐더라도 정비나 관리를 잘 받으면 괜찮다"면서도 "그러나 자동차와 달리 오토바이는 정기점검기준이 없어 제대로 점검을 받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연발화 가능성은 낮아=또 다른 발화원인으로 지목되는 '자연발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오토바이 대리점주 오정석(34)씨는 "사고 오토바이가 만약 LED 등 개조를 거쳤다면 간혹 합선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 외에 주행 직후 온도가 높아진 연료통에 정전기가 튀어 불이 났을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자연발화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관성씨도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행중이 아닌 주차 중 오토바이가 자연 발화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정확한 진상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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