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 대열에서 한국 기업만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상승률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서도 바닥권에 그친 배경으로 부진한 기업 실적이 꼽히는 배경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기업을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 기업의 순이익은 2013년에 비해 2.2% 감소했다. 2분기 4.2% 성장 이후 3분기에도 1.1% 상승했으나 4분기에 10.7% 급감한 탓이다.
반면 엔저 호황을 누린 일본 기업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41.3% 급증했다. 미국과 중국기업도 각각 13.2%, 13.0%의 순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유럽연합 역시 디플레이션과 금융불안에도 불구 순이익이 17.7% 늘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 기업의 순이익은 7.3% 증가로 나타났다. 즉 한국을 제외하곤 모두 기업 순이익이 증가한 셈이다.
한국 기업의 성장성 역시 상대적으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5%에 머물렀다. 1~3분기 2~3%대를 유지하다 4분기에 1.3%로 뚝 떨어졌다. 반면 일본 기업은 11.5%, 중국 기업은 7.5%, 일본을 뺀 아시아국가 기업은 7.4%, 미국 기업은 5.8% 매출이 성장했다. EU 기업만 0.9% 매출이 줄어 한국 기업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대표지수 코스피의 상승률은 -4.2%(지난달 29일 기준)로 G20 국가 가운데 끝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 부진 배경으로 엔저ㆍ유가급락 등과 함께 기업실적 둔화 우려를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풀려진 기대감을 걷고 실적 개선세가 확인돼야 국내 증시도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0조원 안팎로 추정되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역대 4분기 실적은 일회성 비용의 대규모 반영으로 단 한번도 시장 예상치를 넘긴 적이 없다"며 "단기적으로 1월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기업실적 개선을 확인한 뒤 증시에 진입해도 늦지 않다"고 짚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 및 대외 변수와의 싸움을 고려하면 1월은 보수적인 대응이 유효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4분기 실적이 최악일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환산 수출액 반등과 순상품 교역조건 개선을 감안하면 일회성 요인이 유달리 많았던 전년대비 4분기 실적이 나빠질 여지는 크지 않다"면서 "4분기 누적 순이익은 3분기에 이미 바닥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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