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수사결과 ‘십상시’ 모임 사실무근…정윤회 “오명 벗게 돼 너무나 다행”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윤회씨가 차명전화를 사용한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5일 서울중앙지검은 ‘청와대 문건’ 의혹을 둘러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내놓은 핵심적인 결론 중 하나는 청와대 문건에 담긴 이른바 ‘십상시 모임’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 J중식당에서 정윤회씨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는 의혹은 이번 사건을 관통한 핵심적인 의문이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가름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관련 의혹을 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 문건의 존재 사실은 확인됐다. 검찰 수사 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작성된 해당 문건은 두 갈래를 통해 유출됐다. 하나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모 경위, 최모 경위 등을 통해 언론사 등에 전달됐다.
다른 하나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지시에 따라 박관천 경정이 박지만 EG 회장 측에 전달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문제는 문건의 실체이다. 검찰이 결론을 내렸지만, 의문은 남아 있다.
검찰은 강남 J중식당 회동은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J중식당 대표와 지배인을 조사했고, J중식당 전 지점의 예약장부 등 관련 자료도 확보해 분석했다. 검찰이 결론을 내린 또 다른 근거는 정윤회씨의 1년간 통신내용이다.
검찰은 청와대 3인방 등 고소인들의 업무용 휴대전화와 본인 명의 휴대전화 내용에 대해서도 통신사실 자료를 회신 받아 결론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발신기지국 위치, 상호간 통신내용은 물론 통화상관관계 분석 등 차명전화 사용 가능성까지 점검했다”면서 “발신기지국 위치상 정윤회씨와 고소인 중 일부가 모임을 가졌다고 볼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윤회씨와 청와대 인사들이 ‘차명폰’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 결과는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검찰이 찾지 못한 차명폰이 존재하고 정윤회씨 등이 이를 사용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부분에서 상식과 검찰 발표가 충돌한다. 정윤회씨는 오래 전부터 비선실세 의혹을 받았지만 베일에 가려졌던 인물이다. 정윤회씨 행적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의 행적은 좀처럼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 정윤회씨가 자신 명의 휴대폰 이외에 차명폰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가설은 의문을 남기는 대목이다.
또 정윤회씨 등이 전화통화가 아닌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씨의 휴대폰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검찰은 ‘과잉수사’라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정윤회씨 휴대폰을 압수한다는 것은 수사비례의 원칙상 과잉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부분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윤회씨는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희대의 국정 농단자라는 오명을 벗게 돼 너무나 다행”이라며 “검찰 수사로 제가 국정에 개입했다거나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요지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 문건은 모두 허위임이 판명됐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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