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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는 마을]산속 공터가 '생태놀이터'로…도봉구 '숲속애'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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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31일 서울 도봉구 방학3동의 생태 놀이터 '숲속애'. 빈터 한 켠에 자리 잡은 10평 남짓 건물에 도봉구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14년의 마지막 '숲속애' 운영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주민들이다. 도란도란 담소가 이어지는 방 안 벽면에는 감자를 심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등 숲속애 1년간의 활동이 찍힌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생태프로그램ㆍ주제가 있는 마을강좌' 등 한 해 숲속애가 진행했던 강연 팜플렛들도 벽면을 차지했다.


텃밭 맞은편에 남아 있는 폐건물의 흔적을 제외하면 이곳이 산속의 쓰레기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 속의 버려져 있던 공터가 어떻게 '마을의 사랑방(숲속애 활동가 지은림씨)'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마을'이란 이름을 잊고 지내기 시작한 시대. 자연스럽게 서로를 챙기던 정이 사라진 시대. 숲 속의 버려졌던 공간이 단절된 이웃과 이웃들을 이어주는 한마당으로 바뀌는 과정은 '도시 속 마을'의 재생기에 다름 아니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씨앗
 "왜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없을까."
도봉구 쌍문동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장영복(62ㆍ인테리어업)씨는 PC방과 학원을 전전하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스마트폰ㆍ컴퓨터 게임 외에 아이들은 서로 만나 제대로 노는 법도 모르는 것 같았다. 장씨는 이웃 몇 명과 함께 '그리고 만들며 놀자(그만놀자)'라는 이름의 소모임을 만들었다. 젊은 엄마들과 지역 작가들이 동참해 만들어진 모임에선 아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놀이를 했다.


당시 다른 곳에서 비슷한 모임을 하던 그만놀자 회원들은 쌍문동 일대에서도 이 같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2012년 주민들이 그렇게 찾은 곳이 해등로 314길이다. 10년 넘게 폐허만 남아 쓰레기를 마구 내버리던 어느 종친회 소유의 산 중턱 공터였다. 당시 이곳은 아무나 들어와서 경작을 하는가 하면 근처 청소년들이 와 담배를 피워대 민원이 끊이질않던 골칫거리 공간이었다.

장씨 등 주민들은 이곳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뜻이 맞는 주민들 24명을 모아 출자금 1000만원을 모금, 땅을 임차했다. 매달 30만원의 임대료는 회원들이 만원씩 모아 마련하기로 했다. 동네 일에 세심한 눈길을 쏟던 한 주민의 바람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생태공간을 만들자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 속에 모습을 갖춰갔다. 그렇게 생태 공간 '숲속애'는 제 모습을 갖춰 갔다.


 
◆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놀이공간
숲속애에 아이들이 찾아와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함께 놀면서 적잖게 변화했다. 2년 동안 유치원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수줍음이 많던 아이가 숲속애를 몇 주 다녀간 뒤 어른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키즈까페나 PC방을 전전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돼 자연 속에서 놀았다.


숲속애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제대로 놀 공간'이 돼 줬다. 골목놀이에 익숙치않은 젊은 부모들은 숲속애의 공터에 모여 아이들과 놀기 시작했다.'나무가지로 놀이하기' '종이끈으로 눈꽃 만들기' '인형 만들기' '감자캐기' 등 자연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놀이터였다.


숲속애를 중심으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작은 모임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텃밭에서 난 열무로 국수를 해먹기도 하고 쌈이 많이 날 때는 '쌈밥데이'라며 '번개모임'을 가졌다.분양받은 주인이 있는 텃밭도 다른 사람들이 제 밭처럼 돌봐 줬다. 동네 어르신들이 텃밭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세대 간 교육도 이뤄졌다.


지은림씨는 "처음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주민들도 점점 자신이 준비를 하고 주변에 소개를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데려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옆집 얼굴도 잘 모르던 도시 생활에서 숲속애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마을공동체'를 다시금 찾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인근 아파트 경비원 이상윤(68)씨는 "정월대보름 때 숲속애에서 국악한마당 행사를 했는데 볼거리도 많고 새로운 분들도 만날 수 있어 흥이 났다"고 말했다. 인근 초당초등학교에서 만난 한 여자 어린이는 "부모님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작은 축제를 여는 것을 보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마을에 새로운 생태학교가 생긴 것도 숲속애가 생기면서 나타난 변화다. 숲속애에서는 '숲 속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 '자연 놀이' '마을 미디어' '생태 디자인' '주제가 있는 영화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강좌들이 열리고 있다.


◆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이 지속가능성
이 같이 마을 공동체가 조성되고 운영되는 데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이 큰 동력이 됐다. 주민들은 조성단계부터 누군가의 일방적인 아이디어로 일을 벌여 나가기보다는 민주적인 대화를 나눴다. 조성단계 때 무단으로 농사를 하던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취지를 설명하고 5년간 무상으로 텃밭을 임대해 주는 것처럼 주변과의 갈등도 최소화했다.


프로그램들도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유연하게 진행된다. '천연염색'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즉각 반영해 교육 기간을 늘리는 식이다. 숲속애 안에 있는 각종 물건들도 주민들이 하나둘씩 자발적으로 가져온 것들이다.


물론 숲속애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의 시민단체의 활동들과 그 속의 경험들이 숲속애 조성의 토양이 됐다. 숲속애 제안자인 장씨도 '도봉사람들'이라는 작은 시민단체의 회원이었다. 자치단체인 도봉구와 서울시의 지원도 있었다. 주민 주도의 활동이지만 공공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프로그램이 더 풍요로워진 것이다.


숲속애의 형성과정과 마을 공동체의 복원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은 "가족관계마저 파괴되는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요즘 마을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도시의 건강한 활력원"이라고 말한다. 그는"숲속애는 필요한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마음과 재물을 모아 만든 훌륭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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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마을 공동체란 대도시 서울을 과거의 농촌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유 센터장은 "도시의 마을 공동체란 개인의 자유와 필요가 전제된 자유로운 모임"이라며"혈연ㆍ지연이 주축이 된 농촌 공동체로는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을미년 새해가 시작된 1일 네이버 밴드 '숲속애'에 들어가 회원들에게 숲속애란 자신에게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숲속애 밴드'는 숲속애의 경험을 공유하는 도봉 주민 180여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모임이다. 숲속애 조합원인 최소영씨는 "사랑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낡고 음산한 이곳이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온기와 정이라는 씨앗으로 공간이 재탄생됐죠. 아이들에겐 생태적 감수성을 싹 틔우는 곳, 더불어 동네사람들에겐 옹기종기모여 함께하는 공동체의 기쁨을 나누며 정감 넘치는 곳, 그곳이 숲속애입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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