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살아나는 마을]산속 공터가 '생태놀이터'로…도봉구 '숲속애'의 기적

시계아이콘03분 0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31일 서울 도봉구 방학3동의 생태 놀이터 '숲속애'. 빈터 한 켠에 자리 잡은 10평 남짓 건물에 도봉구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14년의 마지막 '숲속애' 운영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주민들이다. 도란도란 담소가 이어지는 방 안 벽면에는 감자를 심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등 숲속애 1년간의 활동이 찍힌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생태프로그램ㆍ주제가 있는 마을강좌' 등 한 해 숲속애가 진행했던 강연 팜플렛들도 벽면을 차지했다.


텃밭 맞은편에 남아 있는 폐건물의 흔적을 제외하면 이곳이 산속의 쓰레기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 속의 버려져 있던 공터가 어떻게 '마을의 사랑방(숲속애 활동가 지은림씨)'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마을'이란 이름을 잊고 지내기 시작한 시대. 자연스럽게 서로를 챙기던 정이 사라진 시대. 숲 속의 버려졌던 공간이 단절된 이웃과 이웃들을 이어주는 한마당으로 바뀌는 과정은 '도시 속 마을'의 재생기에 다름 아니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씨앗
 "왜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없을까."
도봉구 쌍문동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장영복(62ㆍ인테리어업)씨는 PC방과 학원을 전전하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스마트폰ㆍ컴퓨터 게임 외에 아이들은 서로 만나 제대로 노는 법도 모르는 것 같았다. 장씨는 이웃 몇 명과 함께 '그리고 만들며 놀자(그만놀자)'라는 이름의 소모임을 만들었다. 젊은 엄마들과 지역 작가들이 동참해 만들어진 모임에선 아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놀이를 했다.


당시 다른 곳에서 비슷한 모임을 하던 그만놀자 회원들은 쌍문동 일대에서도 이 같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2012년 주민들이 그렇게 찾은 곳이 해등로 314길이다. 10년 넘게 폐허만 남아 쓰레기를 마구 내버리던 어느 종친회 소유의 산 중턱 공터였다. 당시 이곳은 아무나 들어와서 경작을 하는가 하면 근처 청소년들이 와 담배를 피워대 민원이 끊이질않던 골칫거리 공간이었다.

장씨 등 주민들은 이곳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뜻이 맞는 주민들 24명을 모아 출자금 1000만원을 모금, 땅을 임차했다. 매달 30만원의 임대료는 회원들이 만원씩 모아 마련하기로 했다. 동네 일에 세심한 눈길을 쏟던 한 주민의 바람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생태공간을 만들자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 속에 모습을 갖춰갔다. 그렇게 생태 공간 '숲속애'는 제 모습을 갖춰 갔다.


 
◆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놀이공간
숲속애에 아이들이 찾아와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함께 놀면서 적잖게 변화했다. 2년 동안 유치원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수줍음이 많던 아이가 숲속애를 몇 주 다녀간 뒤 어른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키즈까페나 PC방을 전전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돼 자연 속에서 놀았다.


숲속애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제대로 놀 공간'이 돼 줬다. 골목놀이에 익숙치않은 젊은 부모들은 숲속애의 공터에 모여 아이들과 놀기 시작했다.'나무가지로 놀이하기' '종이끈으로 눈꽃 만들기' '인형 만들기' '감자캐기' 등 자연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놀이터였다.


숲속애를 중심으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작은 모임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텃밭에서 난 열무로 국수를 해먹기도 하고 쌈이 많이 날 때는 '쌈밥데이'라며 '번개모임'을 가졌다.분양받은 주인이 있는 텃밭도 다른 사람들이 제 밭처럼 돌봐 줬다. 동네 어르신들이 텃밭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세대 간 교육도 이뤄졌다.


지은림씨는 "처음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주민들도 점점 자신이 준비를 하고 주변에 소개를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데려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옆집 얼굴도 잘 모르던 도시 생활에서 숲속애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마을공동체'를 다시금 찾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인근 아파트 경비원 이상윤(68)씨는 "정월대보름 때 숲속애에서 국악한마당 행사를 했는데 볼거리도 많고 새로운 분들도 만날 수 있어 흥이 났다"고 말했다. 인근 초당초등학교에서 만난 한 여자 어린이는 "부모님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작은 축제를 여는 것을 보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마을에 새로운 생태학교가 생긴 것도 숲속애가 생기면서 나타난 변화다. 숲속애에서는 '숲 속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 '자연 놀이' '마을 미디어' '생태 디자인' '주제가 있는 영화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강좌들이 열리고 있다.


◆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이 지속가능성
이 같이 마을 공동체가 조성되고 운영되는 데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이 큰 동력이 됐다. 주민들은 조성단계부터 누군가의 일방적인 아이디어로 일을 벌여 나가기보다는 민주적인 대화를 나눴다. 조성단계 때 무단으로 농사를 하던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취지를 설명하고 5년간 무상으로 텃밭을 임대해 주는 것처럼 주변과의 갈등도 최소화했다.


프로그램들도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유연하게 진행된다. '천연염색'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즉각 반영해 교육 기간을 늘리는 식이다. 숲속애 안에 있는 각종 물건들도 주민들이 하나둘씩 자발적으로 가져온 것들이다.


물론 숲속애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의 시민단체의 활동들과 그 속의 경험들이 숲속애 조성의 토양이 됐다. 숲속애 제안자인 장씨도 '도봉사람들'이라는 작은 시민단체의 회원이었다. 자치단체인 도봉구와 서울시의 지원도 있었다. 주민 주도의 활동이지만 공공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프로그램이 더 풍요로워진 것이다.


숲속애의 형성과정과 마을 공동체의 복원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은 "가족관계마저 파괴되는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요즘 마을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도시의 건강한 활력원"이라고 말한다. 그는"숲속애는 필요한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마음과 재물을 모아 만든 훌륭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AD

도시 속 마을 공동체란 대도시 서울을 과거의 농촌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유 센터장은 "도시의 마을 공동체란 개인의 자유와 필요가 전제된 자유로운 모임"이라며"혈연ㆍ지연이 주축이 된 농촌 공동체로는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을미년 새해가 시작된 1일 네이버 밴드 '숲속애'에 들어가 회원들에게 숲속애란 자신에게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숲속애 밴드'는 숲속애의 경험을 공유하는 도봉 주민 180여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모임이다. 숲속애 조합원인 최소영씨는 "사랑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낡고 음산한 이곳이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온기와 정이라는 씨앗으로 공간이 재탄생됐죠. 아이들에겐 생태적 감수성을 싹 틔우는 곳, 더불어 동네사람들에겐 옹기종기모여 함께하는 공동체의 기쁨을 나누며 정감 넘치는 곳, 그곳이 숲속애입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