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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지역개념 뒤바꾸는 大사건, 혁신도시는 '혁신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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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혁신도시> 취재를 마치며 - 기자방담


발로 뛴 방방곡곡 공기업 입주현장, 기러기 눈물도…지방경제 희망도 보았다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혁신도시는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에 151개, 지난 11월 최종 조정된 것을 기준으로 154개의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사업이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수는 세종시로 가는 17개 기관(최종 20개)과 개별이전하는 19개 기관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이중 올 연말까지 95개가 이전을 완료했다.

일터의 이동은 연관된 사람의 이동을 뜻하기도 한다. 이전 공공기관에 직접 고용돼 있는 직원 숫자만 4만8000여명이다. 가족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10만명이 넘고, 협력회사 등 직간접 연관 인원은 정확한 숫자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현재는 주택이나 편의시설 등 부족한 기반시설, 국회와 정부를 오가는 업무환경, 주말 또는 하루단위의 원거리 출퇴근 등으로 인해 '비효율의 극치'라는 극단적 폄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급속한 수도권 과밀로 생명력을 잃은 지방에 공공기관들이 이전해 간 후 뿜어낼 부가가치와 생산유발효과 등은 막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당장의 단점에도 불구, 지방이전을 통해 이뤄낼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몇 배 더 큰 과실이 우리와 후손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크다. 물론 공공기관 본사만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아시아경제신문 특별취재팀 기자들은 당초 혁신도시 조성을 결정한 취지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지역사회와 만나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그 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이를 위해 이전 공공기관 직원과 지역 주민, 지방자치단체, 이전 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 등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 귀를 기울였다. 이런 과정에서 직접 보고 들은 민낯은 혁신도시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기자들의 취재 후일담을 풀어본다.


혁신도시 막상 가보니 허허벌판
인부들 밥먹는 함바집밖에 없어
부동산 중개업자 "뭐 보러 왔나"


◆"불편한 거 조금 더 참으라고?"


-"지역민들의 삶도 중요하지만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삶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한 공기업 직원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중ㆍ고생 자녀 둘을 둔 그 직원은 교육 문제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오지 못해 무척 아쉬워했다. 한참 부모의 손길이 필요할 나이에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주중에는 혼자 원룸에서 머물다가 주말마다 서울을 다녀오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시간과 돈 낭비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직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본인이 희생해야 하는 까닭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며 힘겨워 했다. 불편을 넘어 '가족해체'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충북혁신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허허벌판에 아파트와 건물 몇 개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현장에 가기 앞서 전화통화를 할 때 "와 봐야 아무것도 없을 거에요"라고 미리 귀띔을 해줬는데, 정말 볼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이 "볼 것도 없는데 왜 왔냐"며 의아한듯 물었을 정도였다. 공공기관 5곳이 이전했다고 하지만 거리며 도로에는 공사현장 인부들 말고는 행인을 찾기 힘들었다. 식당도 이들을 위한 '함바집'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도로 한 켠에는 친절하게 '가까운 병원은 ○○○에 위치해있다'는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병원 만이 아니고 혁신도시에는 아직 마트, 은행, 학원, 식당, 편의점, 세탁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반 편의시설이 부족했다. 가족단위 이주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밤이 되면 그나마 있던 인부들도 모두 빠져나가고, 공공기관 직원들은 대부분 통근버스를 타고 서울로 떠나 혁신도시는 유령도시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고 손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많은데 정착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느껴졌다.


-대도시에 조성된 혁신도시라 해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부산혁신도시는 다른 혁신도시와 달리 문현(금융중심지)ㆍ센텀(영화영상 허브)ㆍ동삼(해양수산 집적지)ㆍ대연(공동주거지) 등 시내 곳곳에 4곳으로 나뉘어 조성됐다. 이중 대연지구는 부산으로 옮겨오는 13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주거단지가 마련된 곳인데 이곳에는 아파트 단지 하나가 들어선 것이 전부다.


이전 근로자들 가족해체까지 걱정
주말마다 서울 가느라 시간·돈 낭비
"내가 왜 희생해야 하는지 참…"


◆"문제없는지 되돌아 보고 당사자들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해당지역에 어떤 시설을 얼마나 지어주느냐가 균형발전 정책으로 오도되고 있는 것 같았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 매몰돼 지어놓고 난 이후의 활용도나 장기적인 유지관리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혁신도시는 이미 도시기능을 하고 있는 곳에 들어서거나 새로운 곳에 건설하는 식으로 구분된다. 지방에 새 미니신도시를 만들 수요가 있는지 우려도 적지 않다.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구도심과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도시든 신도시든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사람들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모두 혁신도시의 업무 성과, 파급효과, 진행속도 등에 매몰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전기관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혁신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결국 이들이 어떻게 정착을 하고 적응을 하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결국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부터라도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내 거주민들을 어떻게 지역에 융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앞으로 과제인거 같다. 공공기관 직원과 지역주민간 생활방식이나 생활수준의 차이가 크다고 한다. 빈부 격차도 있을 수 있다. 생활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조속한 지방 정착을 유도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과 지역민이 함께 하는 행사와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방 학교로 전학 보내는 것을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다. 지방 교육청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도 있다. 원주의 경우는 혁신도시가 들어온다고 할 때부터 땅값이 요동을 쳤다고 한다. 원주시민들 사이에선 서울 투자자들이 미리 땅 투기를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역대학생 일자리는 확대
이전 공공기관 채용설명회 '인산인해'
인재 몰리며 지역경제 활력 기대


◆"사회공헌ㆍ좋은 일자리 늘어 기뻐…우려만큼 기대도"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혁신도시에 따른 기대감이 생각보다 컸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열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채용설명회에는 1000여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몰려 대강당을 채웠다. 지역 대학생들은 지방에 큰 기업이 거의 없고 양질의 일자리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공공기관들이 빨리 이전해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에 활기를 주기를 기대했다.


-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하는 수도권 소재 대학생들은 기관의 지방이전에 따른 고민이 많았다. 지방 소재 대학으로서는 졸업생의 취업기회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겠지만 대학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음을 감안하면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구직자들은 채용되더라도 지방 근무 가능성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지역인재 채용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취업문이 좁아지는 결과가 된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들도 채용인력의 스펙트럼이 좁아지는 걸 걱정하고 있다. 지역인재 채용 확대가 공공기관의 발전을 위해 정말 최선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을 일선에서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급인력이 많이 유입돼야 한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별로 지역인재 채용 비중이 다른 점은 이런 고민을 나타내 준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아무래도 예산이나 매출규모가 큰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활발하다.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눈에 띄는 변화는 사회공헌의 방식이나 지역이 다양해졌다는 거다. 최근에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6개 기관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정기적인 기부와 봉사 협약을 맺더라. 대구시가 행정적 지원을 하고, 대구공동모금회가 기부금 관리와 공헌사업 제안을 하는 방식인데 여러면에서 유용해 보인다. 대구뿐 아니라 광주전남ㆍ충북 등 여러 혁신도시에서 이런 움직임이 많다.


◆"중앙정부ㆍ지자체 이전했다고 끝이라는 생각 버려야"

-지자체의 권한이 날로 세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도심 공동화 우려로 일부러 혁신도시 내 상가나 건물 등에 대한 인허가를 미뤘다는 말까지 돌았다. 깊게 고민하지 않으면 혁신도시 정주여건 조성을 늦추고, 이로인해 가족 동반 이주를 저해하는 사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가 교육과 교통 등 기본적인 거주여건 불편 해결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데도 그런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결정 됐으니 빨리 오기나 하라는 식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다. 국가의 경쟁력을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제고하겠다는 국가정책의 취지가 손상되는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공공기관 이전 만으로 혁신도시가 지역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지 못한다는 점은 뚜렷해 보였다. 또 연관성이 떨어지는 기관들이 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경우도 많아 기관간 교류가 적고, 시너지 효과도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지자체는 중앙정부나 이전 공공기관에 혁신도시 육성과 지방경제 활성화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보인다. 공공기관 이전 후에는 기업이 합류해야 한다. 이제까지 중앙정부가 혁신도시를 위해 공공기관 이전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지자체의 몫이 크다. 세수나 취업 문제 등 계산기만 두드릴 게 아니라 지역 기업, 대학, 연구소, 시민단체 등 가능한 모든 지역 자원을 활용해 공공기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ㆍ도지사 등 광역지자체장과 기초지자체장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지방에 부족한 인프라나 씽크탱크를 지원해야 한다. 혁신도시와 관련된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노하우를 10개 지자체, 151개 공공기관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제대로 되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지역발전위원회나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별취재팀 김민진 차장(팀장)·고형광·오현길·조민서·이창환·박혜정·이민찬·윤나영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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