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알비노(백색증) 어린이를 먹으면 부자가 된단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부는 괴담이다. 때문에 알비노 어린이들은 자는 도중 팔 다리가 뜯겨 나가거나 실종되기도 한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알비노 어린이들의 잔혹한 현실이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이들의 후원자다. 그는 두 달에 한 번씩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일일카페를 열어 알비노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
손님들에게 서빙을 하고 주방에서 음식을 가져 나르는 게 그의 역할이다. 평상시 개인적인 만남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매상의 일부가 알비노 어린이들을 돕는데 쓰기 때문이다.
그의 선행이 알려진 것은 그가 출연한 방송에서 대한항공 입사 당시 "나는 낙하산이다"라고 말하면서 부터다.
재벌가 딸답지 않게 솔직하다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감춰져 있던 그의 선행도 조금씩 드러났다. 방송 당시 그는 '재계 3세의 소신 발언'으로 인정받았다.
한 명의 어른으로서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어 발간했다는 동화가 시발점이 된 이날 방송 출연은 재계 3세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그의 언니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이후 그에 대한 평가가 싹 달라졌다.
그의 솔직한 소신발언은 경솔한 재벌 3세의 행동으로 재해석되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낙하산은)어차피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능력으로 보여줘야만 했다"는 그의 말이, '오너가의 만용'으로 날이 선 채 돌아온 셈이다.
최근 그가 총괄하고 있는 마케팅 부문 직원들에게 보냈다는 반성문도 마찬가지다.
"더 유연한 조직문화,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들은 한사람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입니다. 그래서 저부터 반성합니다."
거두절미한다면 조 전무는 '이번 사태는 언니의 잘못이라고 판단하며 뿐만 아니라 임직원 모두의 잘못이니 나부터 반성한다'고 말한 것이 된다.
하지만 그는 이 문단 전에 7년 전 자신과 현재를 비교하며 '달라진 게 없으며 누가 봐도 부족한 자격까지 있나 의문이 들 정도'라는 처절한 자기반성에 들어간다. '최선을 다 했으며 진심으로 해왔다'는 말도 덧붙인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대한항공 전체가 반성해야 하며 그 이전에 본인부터 반성에 들어간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시선의 차이가 혹시나 한국판 알비노를 만든 것은 아닐까.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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